2022 카타르 월드컵을 녹화 중계하며 한국과 서방의 흔적을 지워온 북한 TV가 이번엔 한국의 ‘기아’와 미국 ‘코카콜라’ 광고를 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7일 오후 전날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잉글랜드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방영했다.
아나운서는 경기 시작에 앞서 “이 시간에는 국제축구연맹 2022년 월드컵 경기대회 중에서 조별연맹전 2조에 속한 잉글랜드팀과 미국팀 사이 경기를 보시겠다”며 미국의 국명을 별다른 수식어 없이 직접 언급했다.
이어 1시간 분량으로 편집된 경기 중계에서는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의 고성능 모델인 ‘EV6 GT’ 광고를 비롯해 코카콜라 광고가 나왔지만, 삭제하거나 편집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7일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의 미국 대 잉글랜드 경기를 녹화 중계했다. 사진은 한국의 기아와 미국 코카콜라 광고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방송에 중계된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이는 며칠 전 방송과 달라진 모습이다. 중앙TV는 지난 23일 조별리그 D조 1차전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중계할 때 여러 국기 가운데 태극기만 골라 회색으로 보정했다. 또 조별리그 C조 1차전의 사우디아라비아 대 아르헨티나 경기 중계에서도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 광고를 지웠다.
월드컵 초반에는 한국과 서방의 흔적을 없애는 데 주력하던 북한이 화면 편집을 하지 않은 것이다. 방송 시간에 쫓겨서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가 끝난 뒤 녹화본을 편집해 하루 3경기씩 방영하는데, 남한에 대한 언급은 꺼리고 있다. 지난 25일 밤 한국이 속한 조별리그 H조 포르투갈과 가나의 경기를 녹화 중계할 땐 H조를 소개하며 한국을 국명 대신 “한 개 팀”이라고만 언급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8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