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옆 비닐하우스에 투견장을 만들어 놓고 도박꾼을 불러 모은 업주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21일 전북 부안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65)를 불러 조사한 결과 “요즘 가게가 잘 안 돼서 그랬다. 단골 몇 명에게 연락해서 (투견을 보러) 오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와 견주, 손님 등 49명은 지난 19일 오후 4시30분쯤 부안군의 한 음식점에서 판돈 5000여만원을 걸고 투견 도박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음식점 뒤뜰 비닐하우스에는 철제 울타리와 관람석으로 구성된 투견장이 설치돼 있었다.
이들의 범행은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범행 당일 경찰에 신고하며 드러났다. 이 단체는 해당 식당에서 수억원대의 투견 도박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경찰서와 부안군청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형사와 기동대 등 100여명을 투입해 현장을 급습했다. 도박꾼 일부는 업장 밖으로 달아나려고 했으나 주변을 에워싼 경찰에 이내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판돈 등 증거물을 확보한 뒤 도사견과 핏불테리어 등 총 9마리의 투견을 압수, 관할 지자체에 인계해 보호를 요청했다.
일부 도박꾼들은 “밥 먹으러 왔다” “구경만 했다” “우연히 들렀다”면서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은 소지한 판돈 등을 근거로 이들을 모두 형사 입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투견장을 제공하는 대가로 판돈의 20% 상당을 받기로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와 견주 등 4명에게 형법상 도박 개장죄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현장에 동행한 비글구조네트워크 관계자는 SNS에 올린 글에서 “급습 현장에서 투견 도박에 이용된 투견들의 몰골은 참담했다. 상처를 입은 투견들은 곧장 인근 동물병원으로 후송돼 적절한 처치를 받고 현재 안전하게 보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 각지에는 농한기에 즈음해 투견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며 “감성이 있는 동물이 오직 싸움을 위해 길들여지고 죽을 때까지 투견장에서 싸우다 그 생을 마감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투견장에서 심하게 상처를 입거나 도태된 개들은 현장에서 바로 도살돼 도박꾼들의 저녁 식사로 이용된다”며 “투견 도박과 같은 비극적 동물 학대는 이제 뿌리 뽑아야 한다. 형사소송법상 압수된 투견들은 사건 종료 후 견주에게 반환되거나 안락사가 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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