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이 자사 의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해 수년간 의사들에게 12억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경동제약이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사 의약품의 처방 유지와 증대를 위해 병·의원을 상대로 부당한 사례비(리베이트) 약 12억2000만원을 제공한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경동제약은 고지혈증과 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일반의약품 170여개를 제조·판매하는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연매출액은 17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3년 가까이 자사 의약품의 처방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12억2000만원 규모의 골프 비용을 의사 등에게 제공했다. 또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골프장 회원권을 활용해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골프장을 예약해줬다.
실제로 경동제약이 보유한 골프장 회원권 중 하나인 ‘비에이비스타CC’의 경우 주말 기준 비회원 요금은 28만원이지만, 정회원 요금은 1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동제약이 회원권 취득을 위해 예치한 입회금은 골프장별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경동제약의 골프 비용 지원이 부당한 이익 제공이라고 판단했다. 또 경동제약이 병·의원이 자사 의약품을 처방받도록 유인해 공정한 시장 거래 질서를 해쳤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번 처분 사실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유관 부처에 전달해 리베이트를 제공 받은 병·의원 관계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다만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공정위가 과징금 액수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과징금 고시 등 9개 행정규칙을 개정하며 과징금 부과 상한을 두 배로 올렸다. 그러나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정 공정위원장도 지난 1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리베이트나 담합 관련 과징금 기준 상향에 대해 현재 내부 논의는 없지만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적이 있었던 만큼 내부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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