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광군제 특수를 노리던 한국 화장품업계는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의 소비심리가 침체된 데다 ‘K뷰티’의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1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약 36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보다 7% 줄어든 수치다. 후를 비롯해 숨, 오휘, CNP, 빌리프, VDL 등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역시 같은 기간 7% 감소한 3400억원에 머물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소비심리 침체가 이어졌다. 판매 실적이 둔화할 거란 우려 속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두 회사는 광군제 종료 후에 성과를 공개해왔지만, 올해는 별도 보도자료 배포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실적을 취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알리바바의 티몰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플랫폼을 다양화했다. 틱톡(더우인), 콰이쇼우 등의 신규 플랫폼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규모가 가장 큰 티몰에선 예년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경기침체,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둬온 한국 화장품업계는 광군제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었다. 광군제는 6.18 축제와 함께 중국의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힌다. 연중 화장품 소비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시기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광군제에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42% 성장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액을 올렸었다.
그러나 올해는 시작부터 달랐다. 광군제의 주축인 알리바바는 할리우드 배우 등을 초청해 벌이던 대규모 전야제를 없앴다. 2009년 행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광군제 기간의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중국 소비시장이 좋지 않은 데다, 중국 정부에서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광군제 행사 자체가 예년보다 활성화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화려한 행사를 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봉쇄, 정치적 이슈 등으로 소박하게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6.18 행사에서도 업계 전체가 실적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었다. 올해 중국 내수가 좋지 않고 중국 시장에서 예전만큼 K뷰티가 인기를 얻지 못하다 보니 광군제에서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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