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야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경찰 수사가 끝난 후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기존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중진의원 17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 피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할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국정조사는 정쟁만 유발할 뿐 수사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를 강행하려는 것을 두고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막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장제원 의원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만장일치였다”면서 “‘이재명 방탄 국조’를 하자는 것 아니냐. 그야말로 정치공세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대표의 사법 처리를 방어하고 보호하겠다는 목표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촉구 서명운동을 두고도 “이재명 살리기를 위한 억지 퍼포먼스”라고 비판했다.
다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협의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쟁화될 부분을 관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는 최근 불거진 당내 갈등을 봉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앞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필담 논란으로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퇴장시킨 조치를 두고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던 ‘친윤 핵심’ 장 의원은 “주 원내대표와 늘 소통한다”며 “당내 강한 기류들을 레버리지(지렛대) 삼아 협상이 강화되는 것 아니겠나. 이걸 일부 언론에서 ‘갈등을 야기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도 당내 갈등 관련 질문에 “우려라기보다 (야당이) 계속 파상 공세를 해오니 세 대결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어 대의명분을 갖고 가자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가 집권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하는 일에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조직 재정비에도 매진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전국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정기 당무감사를 실시한다”며 “당무감사위원장에는 이성호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 일각에선 비대위 체제에서 당무감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정통성과 정당성이라는 측면에서 당원들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손재호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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