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남동생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에 사외이사로 지원하면서 낸 직무수행계획서에 백 청장의 신분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주식회사 디엔에이링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백 청장의 동생인 백모씨는 지난 8월 10일 바이오 기업 디엔에이링크 사외이사에 지원했다. 그는 직무수행계획서에 “마침 친 누이는 2대 질병청장의 임무를 맡은 백경란 청장”라고 썼다.
백씨는 또한 “본인은 전공이 화학이지만 가족 형제자매들이 현재도 의료·제약업계에 종사하며 저와 업무적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마침 (누나가) 중임을 맡아서 더 책임감 있는 관련 기업이 연구개발과제 등 국가 방역으로도 중요한 시기”라고 백 청장을 거듭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역량을 발휘해 작은 소명의식으로 질병 방역과 관련해 의식 있는 기업이 되는데 일조하고 노력하려 한다”고 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사외이사 선출에 필요한 일종의 자기소개서에 해당한다. ‘증권의 발생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3-15조 제3항 제3호’에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시 후보자는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명시돼 있다.
더욱이 유전자분석 전문업체인 디엔에이링크는 진단키트를 생산·수출하는 회사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진단키트 관련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질병청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회사인 셈이다.
디엔에이링크는 올해 들어 질병청과 코로나19 유전체 분석 계약을 3차례 체결했다. 백 청장 취임 이후 백씨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에는 이전 계약의 6배인 1만5000건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금감원 공시를 보면 지난해 이 회사는 사외이사 4명에게 7억589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1억8973만원 꼴이다.
다만 백씨를 포함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지난 8월 26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됐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심의되지 못했다. 이후 주총에는 다른 후보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면서 백씨는 이 회사 사외이사에 선임되지 못했다.
백 청장은 이날 국회 복지위에서 동생이 디엔에이링크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지적에 “동생이 직접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고 서명도 위조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금감원에서 정정 공시를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8월 3일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해당 수행계획서는 사후에 제삼자에 의해서 제출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백 청장을 향해 “더는 질병청장으로서의 역할 하기 어렵다고 본다. 안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더 하면 되겠느냐. 지금이라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백 청장은 “어떤 우려가 있는지 알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백 청장은 취임 당시 다수의 바이오 업체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며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그는 당초 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관련성 여부 심사 결과가 나온 뒤 문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처분이나 백지 신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비판이 거세지자 즉각 처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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