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를 행안부 내부 문자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고 행안부가 밝혔다. 이로 인해 행안부 상황실이 대통령실보다 먼저 소방당국 통보를 받고도,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상황을 늦게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 관계자는 2일 “행안부 상황실은 오후 10시 48분 도착한 보고를 정리해 오후 11시 19분 이상민 장관을 포함한 행안부 내 재난안전 관리 담당자들에게 문자로 발송했다”며 “그 전에 장관에게 별도의 구두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0시15분 처음 신고를 접수받은 뒤 30여분 가량 지난 오후 10시48분 행안부 상황실에 이를 전달했다.
이후 오후 10시57분 행안부 상황실은 내부 공무원들에게 1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했다.
행안부는 이어 오후 11시19분 소방대응 2단계 보고를 받아 긴급문자(크로샷)를 보냈다. 그런데 이 장관은 이 문자 발송 대상 목록에서도 빠져 있었고, 비서실 직원이 1분 뒤인 오후 11시 20분 이 문자를 전해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이 같은 상황이 생긴 것에 대해 “소방 1단계로 전파된 부분을 장·차관까지 다 보내면 너무 많아서 상황 관리가 어려워진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는 정보 전달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다만 이 장관이 윤 대통령보다 사고 발생을 늦게 인지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대신 브리핑에 배석한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이 “소방청이 행안부로 보고할 때 관련 부처에 동시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로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이 행안부에 통보한 시각은 오후 10시48분, 대통령실에 알려진 것은 10시 53분으로 파악됐다. 행안부에 통보된 시점이 오히려 빨랐지만 행안부 내부 절차로 인해 늦어졌다는 얘기다. 대통령실은 소방청으로부터 사고 내용을 통보받고 8분 후인 오후 11시 1분에 국정상황실장이 윤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119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청이 인명피해 등 위험성을 고려, 판단해 행안부 상황실에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안부 상황실에서 접수하고 차관, 장관까지 보고할 사안인지 상황실장이 판단해 조치를 하는 등 내부 절차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다만 ‘어떤 수준의 사건·사고가 행안부 상황실로 접수되느냐’라는 질문에는 “정확히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오후 10시 15분부터 10시 48분까지 30여분간의 보고 절차와 현장의 판단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요구에도 “현재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고,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고만 말했다.
행안부는 한편 참사 발생 4시간여전부터 경찰 112로 들어온 신고는 행안부 상황실에 통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12신고가 곧장 행안부 상황실로 보고될 수 있는 채널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육상사고에 대한 119 신고는 행안부 상황실로 받고 있지만, 112 신고를 받는 체계는 구축돼 있지 않다”며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경찰청과 협의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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