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가벽 때문에 ‘3.2m 병목’…호텔 뒤편도 무단증축”

이태원 참사 현장에 위치한 해밀톤 호텔이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 건축한계선을 넘은 불법 건축물을 지어 사고 당시 병목 현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축물현황도에 따르면 해밀톤 호텔은 도로에 접한 부분에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는 한계인 ‘건축한계선’을 넘어 지어진 부분이 많다고 1일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폭이 4m 이상이어야 하고, 해당 지역 건축물 현황도에도 도로 너비는 4m로 나와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해밀톤 호텔은 골목길 중간쯤에 건축한계선을 침범한 건물 출입구(계단 포함)가 설치돼 있다. 이번 참사 때 일부 사람이 이 계단 위 공간으로 피신해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또 골목 하단부에는 분홍 철제 가벽이 10m가량 이어져 있다. 골목 위쪽은 폭이 5m 이상이지만 아래쪽은 3.2m로 좁아지는 게 이 때문이다.

도로 경계선에 바짝 붙여 설치된 분홍 철제 가벽이 통행 흐름을 방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률 및 조례상 해밀톤 호텔과 같은 대형 건축물은 통행 흐름 등을 방해하지 않도록 인접한 도로의 가장자리선(경계선)으로부터 3m 거리를 두고 지어야 하지만 해밀톤 호텔은 도로 경계선에까지 가벽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앞서 사고 다음 날인 지난 30일 오전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거리의 폭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다가 “3.2m”라는 보고를 받고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익명의 한 건축사는 “이 호텔은 대부분이 건축한계선을 넘어 지은 흔치 않은 건물”이라며 “특히 골목길 중간 출입구는 건축한계선을 침범한 명백한 불법 건축물”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해당 가벽을 그동안 쇼핑몰로 통하는 통로로 활용해 온 해밀톤 호텔 측은 “10여년 전부터 가벽을 설치했는데, 용산구청으로부터 단속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매체에 주장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가벽에 대해 “천장(지붕)이 없는 형태라 건축물로 보긴 어려워 불법증축물 단속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다.


해밀톤 호텔은 또 사고 당시 호텔 건물 북측인 세계음식문화거리에 폭 1m, 길이 17m가량의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맞은편 별관 주점에서도 핼러윈을 맞이해 이 테라스와 비슷한 폭(약 1m)의 행사 부스를 세계음식문화거리 반대편에 무단 설치해 이 구간 폭이 약 3m까지 줄었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불법 테라스 등으로 인해 병목현상이 발생한 탓에 참사 당시 사고를 피하려는 인파가 현장을 떠나기 힘들어졌고, 피해가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지적이 제기됐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보행자와 차량 모두 통행할 수 있는 거리 폭은 통상적으로 최소 3.5m 이상이어야 하지만, 불법 증축물과 설치 부스 탓에 사고 당시 통행 공간이 줄어 사람들이 대피할 수 없게 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를 통해 지적했다.

용산구청은 지난해 5월 무단 증축 사실을 확인하고 호텔 측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정되지 않아 6개월 뒤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고 건축물대장에 해당 내용을 기재했다. 테라스가 설치된 주점을 관리하는 해밀톤쇼핑몰 측은 구청에서 시정 요구를 받자마자 관련 내용을 해당 주점에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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