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무기징역·조현수 징역 30년 선고

입력:2022-10-27 16:26

수정:2022-10-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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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31·여)와 조현수(30)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27일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에게 형 집행 종료 후 각각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경제적 수단으로 삼아 수탈하다가 파탄에 이르러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자 살인을 통해 보험금 8억원을 얻으려 했다”며 “살인은 사람의 생명과 존엄한 가치를 침해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은해에게는 “어떠한 죄책감이나 죄의식도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했고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죽을 때까지 범행을 시도했을 게 분명하다”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함으로써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수영을 할 줄 모르던 윤씨는 주변의 부추김에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으로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독이 든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음식에 섞어 먹이고 3개월 뒤 경기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복어 독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 “살해하려고 공모한 것이 명백해 보인다”며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피고인들의 말과 행동이 사건과 일치해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낚시터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공모해 피해자를 밀어 물에 빠뜨린 게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이은해가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을 통해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남편 윤씨를 계곡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며 작위에 의한 살인(직접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스스로 바위에 올라가 맨몸으로 뛰어 내렸다”며 “물 속으로 뛰어내리게 했다는 것만으로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간접 살인)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물 속으로 뛰어내린 후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맨몸으로 뛰어내려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방관했다”고 판시했다. 형법상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는 ‘부작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높아진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사고사를 위장해 완전범죄를 계획하고 거액의 생명 보험금을 노린 한탕주의에 빠져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이은해와 조현수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이은해와 조현수의 공동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이은해는 사고를 인지한 뒤 구명조끼 등을 물에 던졌고, 조현수도 수경을 끼고 이은해의 윤씨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