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SNS에 우연히 노출한 고객 개인정보가 은행통장에서 1억원을 아무도 몰래 빼내가는 신종 금융범죄의 결정적 단초가 됐다. 설마했던 보험설계사의 안일한 SNS가 화근으로 작용했다.
신분증, 보험계약서, 신용카드 정보를 알게 된 용의자는 통장 주인 명의로 오픈뱅킹 계좌를 개설해 모바일로 수차례 돈을 꺼내 챙겼다. 경찰의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로 전환한 뒤 자금세탁을 하는 지능적 수법도 동원했다.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본인 명의 통장에서 1억원이 인출돼 해외 송금되거나 다른 사람 계좌로 빠져나갔다는 A씨의 신고를 접수한 것은 수개월전.
수사에 나선 경찰은 모 보험설계사가 특정 고객의 개인정보를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네이버 밴드에 게시한 게 범행의 계기가 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용의자는 네이버 밴드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개인정보를 악용해 휴대전화와 입출금 거래가 가능한 오픈뱅킹 계좌를 무단 개설하고 아무런 제약도 없이 돈을 다른 계좌로 손쉽게 옮겼다.
평소 자신의 금융지식을 토대로 범행대상을 물색해온 용의자에게는 누워서 떡먹기 만큼 쉬운 일이었다.
모바일로 1억원 가량을 인출한 용의자는 가상화폐를 사는 수법으로 자금 세탁을 거친 후 범죄수익을 철저히 은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 신용카드 뒷면 CVC번호, 카드 유효기간 등 광범위해 이 같은 신종 범행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서비스의 보안 취약점을 꿰뚫고 있던 용의자는 통장 주인 명의로 개설한 오픈뱅킹 계좌를 활용해 돈을 인출할 수 있었다.
실제 경찰이 용의자 진술을 토대로 검증한 결과 타인의 개인정보로 휴대전화 USIM을 개통하고 모바일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면 얼마든지 비대면 계좌는 물론 오픈뱅킹을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SNS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득하고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컴퓨터등이용사기죄 등)로 용의자 B씨를 붙잡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와 함께 개인정보를 부실하게 관리해 유출한 혐의(개인정보처리법 위반)로 보험설계사와 설계사가 소속된 회사 법인에게 양벌규정을 적용해 함께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핀테크, 오픈뱅킹 기술의 보안 취약 사례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통보하고 개선대책을 주문했다.
또 손해보험협회 등 각종 보험혐회,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는 보험업 종사자(보험설계사 포함)에 대한 개인정보 취급관리 교육과 유출 방지 대책을 세워달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거래에 필요한 개인정보가 노출되면 금융범죄의 피해를 누구나 입을 수 있다”며 “SNS 등에서 개인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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