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X ‘데프트’ 김혁규가 2승1패의 호성적으로 그룹 스테이지 반환점을 돈 소감을 밝혔다.
DRX는 지난 7일(한국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 훌루 시어터에서 열린 ‘2022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경기에서 2승1패를 거뒀다. 로그에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하는 듯했지만, 이후 TOP e스포츠(TES)와 GAM e스포츠를 연이어 잡아내면서 C조 2위로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선수단의 휴일인 지난 12일 뉴욕 모처에서 김혁규를 만났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그에게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를 치른 소감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던 몇 가지 이슈들, 팬들의 뜨거운 눈물과 하이머딩거 밴 등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를 2승1패, 조 2위의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3승0패로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가 퇴보한다는 느낌이 아닌,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에 워낙 잘하는 팀이 많다. TES전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로그에 잡히고 TES를 이겨 예상 밖이었다.”
-김 선수의 말대로 많은 이들이 로그전 승리를 예상했다. 경기 후에 패인을 분석해봤나.
“롤드컵에 돌입하기 전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와서 붙어 보니 유럽 팀들은 딜러진이 탄탄하더라. 확실히 강팀을 상대하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로그전에선 상대와 우리의 조합 컬러가 극단적으로 갈렸다. 우리는 조합의 장점을 못 살렸고, 로그는 잘 살렸다.”
-로그전 직후, 팀원들한테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고 말하며 사기를 북돋웠다고 들었다.
“롤드컵 선발전 당시부터 팀원들에게 했던 얘기다. 우리의 절대적인 전력이 상대보다 강하다면 어떤 과정을 겪든 결국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로는 DRX가 같은 조 팀들과 비교했을 때 더 못하는 팀이 절대로 아니다. 한 판 졌다고 팀 내부적으로 무너질까 신경이 쓰였다.
첫 경기를 지고 나서 팬분들의 (부정적) 반응을 접하면 팀원들끼리 (결속이) 무너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외부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팀 내부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팀원들한테도 강조하고 싶었다.”
-베테랑인 김 선수의 말이니까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나.
“당장 작년 롤드컵만 해도 1승2패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2라운드에 3승0패를 하고 순위 결정전 끝에 패배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기력만 좋다면 결국 ‘올라갈 팀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1패를 기록한 게 정말 아쉽긴 했지만, 팀의 경기력에만 신경 쓰고자 했다.”
-TES전은 1라운드의 분수령이었다. DRX가 준비해온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조합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 앞서 패배했던 로그전에선 딜러진이 후반에 잘하면 이기는 조합이 아닌, 다 같이 변수를 많이 창출해야 하는 조합을 짰다. 그것을 버리고 기존에 우리가 잘했던, 우리의 승리 공식 안에 있는 조합을 잘 소화해서 이기고자 했다.”
-김 선수는 높은 티어로 평가받는 케이틀린을, 상대는 시그니처 챔피언 드레이븐을 골랐다.
“케이틀린은 스크림에서 밴이 자주 돼 연습할 기회가 많진 않았다. 하지만 밴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할 생각이 있었다. 케이틀린 대 드레이븐 구도는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상대가 자신 있게 드레이븐을 고르길래 ‘준비해왔구나’ 싶었다.”
-경기 당일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TES의 하이머딩거 밴에 놀랐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가 하이머딩거를 연습했다는 사실을 오픈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경기 직후에는 억울해서 말했다. 스크림에서는 하이머딩거를 연습하는 팀이 DRX밖에 없었다. 다른 팀들이 하는 챔피언도 아닌데 우리 상대로 바로 밴을 해버리니 기분이 나쁘긴 했다. 경기를 이겼으니까, (우리가 안 만나본) 다른 팀이 했을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넘겼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은 없나.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소화하기 위해 처음 멕시코에 갔을 때는 고산병 증상이나 시차 적응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 뉴욕에 와서는 그런 부분이 한결 좋아졌다. 한식도 아주 맛있더라. 먼저 와서 겪는 어려움보다는 누리는 어드밴티지가 많다. 시차 등의 어려움에 미리 적응을 해둬서 편하게 게임 하고 있다.”
-일상적인 루틴과는 다른 패턴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롤드컵에선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하는 게 너무 불안해서 억지로 솔로 랭크를 많이 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질과 높은 핑의 솔로 랭크를 많이 하는 건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올해는 챔피언스 큐가 아니면 랭크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 남은 시간엔 대회 경기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만의 패턴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TES전 직후, 중국 팬들이 김 선수의 선전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나도 팬들께서 눈물 흘리시는 장면을 봤다. 감동적이었다.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저렇게까지 감정이입을 하지 못할 것 같은데…팬들께서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에드워드 게이밍(EDG) 팬들과 유독 유대가 깊다. 2년 활동했을 뿐인데, 큰 사랑을 받는다.
“EDG 시절은 내 커리어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시기다. 그래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EDG에 있는 2년간 팬들께서 기분이 나쁘실 만한, 철없는 행동도 했다. 그런 나조차 오랫동안 좋아해 주셨던 게 인제 와서는 고마운 마음이 더 크게 든다.”
-당시에 했던 철없는 행동이란.
“나는 EDG에 2년 동안 있었는데, 1년 차에 향수병이 세게 도졌다. 그 당시에 인터뷰 석상이나 팬들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단 뉘앙스를 많이 내비쳤다. 지금 와서 보면 프로답지 못했던 행동이다. 그랬던 나조차 좋아해 주셨던 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에 돌입한다.
“팀의 경기력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 롤드컵이 끝날 때까지 그런 모습을 유지하겠다. 팬들께서도, 나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뉴욕=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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