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공약이 정부의 정책 추진 순위에서 잇따라 제외되거나 후순위로 밀리면서 제주 홀대론이 부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경선 당시부터 약속한 관광청 신설 계획은 물론,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논의에서도 제주가 제외돼 도지사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토부의 일방 행정을 성토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공약인 ‘관광청 신설’이 제외됐다.
관광청 신설은 윤 대통령의 제주 대표 공약 중 하나다. 경선 후보 시절부터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차례 관광청 설치를 약속했다. 관광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일관성이 없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외청으로 관광청을 신설해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새 정부는 ‘관광청 신설 및 제주 배치’를 제주지역 1순위 공약으로 확정했지만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선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정부의 조직개편안이 드러난 이후 회견에서 “관광청 공약은 윤 정부 출범 이후 제주지역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에 포함됐던 사안”이라며 “도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제주 공약이었던 해녀의전당 건립도 부처 간 이견으로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해녀의전당은 483억원을 들여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부지에 3층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었다. 제주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해녀 문화를 전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시설로 문화재청은 건립예산 9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축제 개최와 국가중요어업유산 보전·활용 고도화사업 등 제주 해녀 관련 예산 17억3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 추진 상황도 당사자인 제주와 공유되지 않고 있다.
제2공항은 현재 국토부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가능성 검토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달 중 마무리되는 용역 결과에 따라 제2공항 추진 여부가 판가름난다. 때문에 제주에선 용역 결과에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와 제주도 간 정보 공유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으면서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국토부에 소통을 촉구하기도 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가 최근 세종특별자치시 지원위원회와 통합된 것도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제주와 세종은 설치 목적이 달라 개별위원회가 유지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으나 통합 과정에서 제주도와 사전 협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7단계 제도 개선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도 현재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의 제주4·3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의 기대를 모았던 보상금 지급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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