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민주노총 철도노조의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경찰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해 건물 유리문 등이 파손된 것에 대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1부(재판장 김창형)는 5일 민주노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영장 없이 타인의 건조물을 침입한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국가가 469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으로서는 건물에 진입하면 상당한 반발, 충돌이 있으리라 예상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런데도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건물 내로 강제 진입하면서 원고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2013년 12월 22일 민주노총 철도노조의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파업 행위를 불법으로 보고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해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건물 1층 유리문과 사무실 집기 등이 파손됐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사무실에 불법 침입하고 조합원들을 체포·감금했다며 2014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경찰의 진입이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건물 내 숨은 범인을 체포하는 경우 별도 압수수색영장 없이도 주거수색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16조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헌재는 2018년 4월 이를 받아들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개정 형사소송법’을 적용해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에 따라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건물 내로 진입해 수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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