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동안 중단됐던 중국 베이징 마라톤 대회가 다음 달 6일 열린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 이어 3만명이 모이는 스포츠 행사가 개최되면서 중국 당국이 고수해온 엄격한 방역 통제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5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마라톤 대회를 주관하는 베이징시와 중국육상경기협회는 전날부터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오는 7일까지 신청을 받고 이후 추첨을 통해 대회에 참가할 3만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천안문 광장에서 출발해 올림픽 공원으로 이어지는 40㎞ 코스를 뛰게 된다.
다만 등록 요건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까다롭다. 우선 베이징 후커우(호적)를 가진 만 20세 이상만 신청할 수 있다. 2019년 이후 6시간 안에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했거나 3시간 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대회 전 7일 동안 베이징에 머물러야 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와 24시간 내 발급 받은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1981년 시작돼 매년 한 차례 개최된 베이징 마라톤 대회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다. 2019년 대회 때는 3만명 선발에 16만명이 등록 신청할 만큼 호응이 컸다.
이번 마라톤 대회는 지난 2월 동계 올림픽 이후 베이징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스포츠 행사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당 대회가 끝난 이후로 날짜가 잡혀 방역 완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SNS에는 “최악의 시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베이징시는 해외 입국자에 대해 7일간의 시설 격리 후 자가 격리 3일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흘에 한 번 핵산 검사를 받아 음성 확인이 돼야 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홍콩의 방역 정책이 완화된 것도 이런 기대감에 힘을 싣고 있다. 통상 홍콩이 방역 조치를 조정하면 1~3개월 후 중국 본토에도 적용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2020년 초 코로나19 대확산 때 도입했던 호텔 격리 규정을 지난달 26일 폐지했다. 2년 넘게 계속된 엄격한 방역 정책에 지친 외국인들이 홍콩을 떠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인력 유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홍콩 입국자는 호텔 격리를 안 하는 대신 사흘간 건강 추적 관찰 대상이 되고 이 기간 외출할 수 있지만 식당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를 시 주석의 치적으로 선전해온 중국 당국이 방역 조치를 쉽게 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점도 여전히 부담이다. 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4일 신규 감염자는 273명으로 이중 50명은 해외 유입, 223명은 지역사회 감염이라고 밝혔다. 당 대회를 앞둔 베이징에선 8명이 보고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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