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유족이 29일 가해자 선임 부사관이 징역 7년형을 확정받자 “가해자에게 너무 따뜻한 법”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과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장모(25) 중사와 군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군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스물세 살의 나이였다.
장 중사는 사건 이후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중사를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는 이 문자메시지에 보복성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지만, 1심(국방부 보통군사법원)과 2심(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모두 장 중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목적이 협박이 아니라 사과 행동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중사의 유족들은 이 같은 결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허위 사과를 가장한 보복성 문자를 군사법원이 증거불충분으로 면죄부 준 걸 대법원이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도 “법은 피해자인 우리 아이에게 너무 차가운 잣대를 들이댔고, 가해자에게는 너무 따뜻했다”고 토로했다.
유족 측 강석민 변호사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행동이나 발언을 충분히 했다. 정황과 사실관계가 충분했는데도 대법원이 그 부분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것 같아 실망감이 크다”고 성토했다.
이어 “특검이 추가 기소한 사건에 대해선 법원이 엄한 형을 선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안미영(56·사법연수원 25기) 특검팀은 지난 13일 장 중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기소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장 중사는 이 중사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부터 동료들에게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를 당했다. 여군 조심하라” 등의 발언을 해 2차 가해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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