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중학생 김모(15)군이 함께 갇혔던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인사다. 김군은 당시 어머니 김모(51)씨와 함께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를 빼기 위해 내려갔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김군 어머니는 6일 흙탕물로 가득찬 주차장 천장 30㎝ 아래 설치된 배관 위에서 14시간 넘게 버틴 끝에 밤 9시40분쯤 극적으로 구조됐다. 실종 주민 9명 중 두 번째이자 마지막 생존자다.
포항의 한 병원에서 7일 국민일보와 어렵게 만난 김군 아버지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피맺은 한숨을 토해냈다. 김군과 어머니는 차량에 탔지만, 차오른 물 때문에 차문이 열리지 않자 김군이 밖에서 차문을 열고 어머니를 빼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지하주차장에 있던 다른 주민들과 함께 아들을 내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스러워서였다.
김군은 어머니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사라졌다. 이것이 엄마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김군은 끝내 이날 밤 지하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군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며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김군 친구 최모군은 “비가 그치면 아침에 만나 같이 놀자고 서로 문자를 했는데 말없이 떠나 너무 슬프다”고 했다.
포항의료원에는 7일 지하주차장 침수로 숨진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빈소는 유족들의 무거운 침묵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
70대 노부부의 영정도 마련됐다. 노부부는 “주차장 차량을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변을 당했다. 어느 한 명만 내려가도 됐지만, 서로를 아꼈던 노부부는 같이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차를 빼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한 주민의 아들은 “다른 곳에서 취업 준비를 하다가 어머니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고 오열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침수된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선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고,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애초에는 신고자 수를 기준으로 7명이 실종됐다고 판단했으나 2명이 추가됐다. 사망자 모두 차 외부에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해병대·해경 등과 함께 수색작업을 이어갔다.
경북경찰청은 68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벌이는 등 사고 원인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오후 3시 현재 사망 11명, 실종 1명 등 인명피해가 났다고 잠정 집계했다. 포항에서만 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경주와 울산에서도 각각 1명이 사망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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