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정권 당시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고문에 시달리다가 전역한 육군 대령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7일 황모 전 육군 대령과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황 전 대령은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불법 체포된 뒤 고문을 당했다. 해당 사건은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의 후계자가 돼야한다’는 취지로 했던 말이 쿠데타 모의로 비화한 일을 말한다. 황 전 대령도 이 사건으로 육군 3사단 보안부대에 연행돼 윤 소장에게 어떤 지령을 받았는지 추궁 당했다. 황 전 대령은 당시 전기고문 등에 시달리다 전역 지원서를 쓰고 석방됐고, 전역처분을 받을 무렵 또 한번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
지난 2016년 황 전 대령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전역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2017년 9월 최종 승소했다. 이후 2018년 3월 황 전 대령과 가족들은 가혹행위와 위법한 전역 처분에 대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국가의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재판부는 보안사 수사관들의 불법행위가 1973년 4월 이뤄진 만큼 3년이 훨씬 경과한 2018년 3월엔 이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황 전 대령이 전역처분 관련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황 전 대령이 2017년 9월 최종 승소하고, 6개월 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역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승소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국가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정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가혹행위 및 전역처분으로 인한 국가배상 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전역처분이 무효로 확정됐을 때부터 기산된다”고 판시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