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째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경찰청은 이틀 전 살인강도 혐의로 A씨 등 용의자 2명을 붙잡아 수사 중이라고 27일 밝혔다. 대전지법에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 중이다.
21년째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던 이 사건은 당시 네 발의 총성과 함께 시작됐다.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현금 수억원을 실은 수송차량이 대전 서구 국민은행 둔산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주차장 한편에 검은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차 안에는 복면을 쓴 강도가 타고 있었다.
은행 출납 과장 김모(43)씨와 보안업체 직원 등이 수송차량에서 돈 가방을 들고 내리는 순간 검은색 승용차가 후진해 이들을 막아섰다.
강도 두 명은 돈 가방을 달라며 위협했고, 갖고 있던 권총으로 공포탄을 발사한 뒤 저항하는 김씨에게 실탄을 쐈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30분 만에 숨졌다.
범인들은 3억원이 든 현금 가방을 빼앗아 타고 온 승용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맞은 편에 대형 백화점이 있고 1㎞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경찰서가 있는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난 대담한 총기 강도살인 사건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범인들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범행에 이용된 승용차는 현장에서 130m가량 떨어진 빌딩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운전기사와 보안업체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20∼30대 남성이라는 것을 추정했으나 범인을 특정할만한 단서를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이듬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20대 남성을 비롯해 용의자 3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들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고 주장했고, 증거불충분 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사건 현장에 있던 유전자(DNA)와 일치하는 인물을 특정해 21년 만에 용의자를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이들은 이전에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들과는 다른 이들로 파악됐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경찰청은 다음달 1일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 계획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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