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정읍에서 식당에 묶여 있던 강아지 ‘복순이’가 코와 가슴 부위가 흉기에 의해 잔혹하게 훼손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숨진 복순이를 견주가 보신탕집에 팔려고 했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은 커지고 있다. 경찰은 범죄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대한민국 10가구 중 3가구는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반려동물 유기, 유기견·묘에 대한 잔혹한 살해 등 무차별적인 학대가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4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코와 가슴 부위가 훼손돼 과다출혈로 죽은 복순이의 사례를 밝혔다. 정읍시 연지동의 한 식당 앞에 묶여있던 복순이는 심야시간에 누군가에 의해 코와 가슴 부위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크게 훼손된 상태였다.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신고된 복순이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숨졌다.
견주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크게 짖어 주인을 살린 일화로 유명해진 복순이는 동네 마스코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견주 내외가 동물병원에 데려갔다가 치료비가 비싸 발걸음을 돌렸고, 이후 보신탕집에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견주가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은 채 도축업자에 데려갔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지난 19일엔 생후 3개월, 몸무게 2㎏ 남짓한 어린 비숑 프리제 강아지가 학대당한 흔적이 있는 채 발견됐다. 서울 도봉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청소부가 지하 계단을 청소하다 발견했는데, 당시 온몸이 젖은 채 눈알이 튀어나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안구 적출 수술을 고려해야 할 정도이며, 심장 근처 왼쪽 갈비뼈 6곳이 부러졌고 몸 곳곳에서 피멍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견주는 케어 측에 “강아지가 물려고 해서 발로 두 번 찼다”며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과거에도 해당 견주가 포메라니안으로 추정되는 강아지를 키웠던 사실을 파악하고, 추가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에 있다.

유기견이나 유기묘들은 학대에 더욱 취약하다. 지난 6월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 골목에서 살해된 새끼 고양이가 노끈으로 목이 묶여 공중에 매달린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 A씨는 수사 결과, 2019년 한동대에서 고양이 3마리를 학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그 후에도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포항지역에서 길고양이 7마리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24일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21일 이뤄진다.

지난 4월에는 주인을 잃어버리고 쉼터에 있던 강아지 ‘주홍이’가 플라스틱 노끈으로 입과 다리가 묶인 채 유채꽃밭에 버려진 상태로 발견됐다. 주홍이는 유기견 보호센터 ‘한림쉼터’의 돌봄을 받으며 회복했지만, 정작 범인을 찾는 일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동물 학대 범죄가 갈수록 잔인해지면서 정치권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고 노력해왔다. 국회는 지난 4월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동물학대 행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처럼 개정된 법률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내년 4월 27일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는 매우 낮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송기헌(원주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로부터 26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 4221명 중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22명(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재판으로 넘겨진 피고인 중 실형을 선고 받은 경우도 5년간 346명 중 19명(5.5%)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피고인이 벌금형(56.9%), 벌금형 집행유예(3.2%)를 받았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학대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의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판사의 재량에 의해 처벌 수위가 정해진다.
송기헌 의원은 “동물권과 생명 존중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처벌은 변화를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양형기준 마련과 엄중한 처벌을 통해 동물 학대 범죄가 중대한 범죄임을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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