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던 반려견이 한쪽 다리를 들고 가로수나 전봇대에 오줌을 누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개들은 체취가 담긴 소량의 소변으로 ‘마킹’(Urine marking)을 합니다. 마킹은 영역을 표시하는 개들의 행동인데 ‘내 영역이야’ 알려주는 역할만 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 이성을 유혹하거나 불안감을 표하는 등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도 합니다. 개들의 몸짓 언어인 거죠.
흔히 마킹은 수컷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암수 모두 마킹을 합니다. 특히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암컷 개는 수컷 못지않게 자주 마킹을 합니다.
혹시 반려견의 잦은 실내 마킹으로 인해 곤란한가요? 왜 반려견이 익숙한 일상공간에서 마킹을 하는지 의아한가요? 그렇다면 반려견이 마킹하는 이유와 이를 완화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이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펫엠디(PetMD)에 게재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합니다.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되는 반려견 마킹…그 이유는
반려견의 마킹은 번식이 가능한 생후 6~12개월 사이에 시작됩니다. 수컷은 대부분 마킹을 하는 반면, 암컷은 환경적 문제가 있을 때 낮은 비율로 마킹을 합니다. 마킹을 하는 이유는 크게 ①영역 표시 ②발정기 구애 ③불안감의 표현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먼저 영역표시의 마킹은 산책로 혹은 낯선 장소에서 주로 이뤄집니다. 이 경우 반려견은 특정 벽면 혹은 가로수처럼 솟아오른 물건에 반복해서 마킹을 할 겁니다. 만약 그 자리에 다른 동물이 마킹한 경우 여러분의 반려견은 그 위에 자신의 소변을 덧댈 겁니다.
또한 수컷의 마킹은 발정기 암컷을 유혹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수컷 반려견은 발정기 암컷의 페로몬을 느끼면 주변에 소변 냄새를 과시하려 합니다. 자신의 체취를 매개로 넓은 영역을 과시함으로써 암컷 개를 유혹하려는 목적입니다.
반면 불안감에서 비롯한 마킹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실내마킹은 불안감에서 비롯합니다. 예컨대 다견 가정에서 불화가 발생하면 반려견들은 적대감을 드러내려는 목적에서 앞다퉈 실내마킹을 합니다. 개들은 환경변화에 민감해서 새로운 가구를 장만하거나 낯선 집으로 이사할 경우 자기 소변 냄새를 묻히고 싶어합니다.
간혹 낯선 사람의 방문에 큰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무기력하게 배뇨해버리는 복종성 배뇨(Submissive Urination)도 있습니다.
골치아픈 실내 배뇨, 예방하려면?
외출 중에 보이는 마킹은 자연스런 습성이지만 실내 부적절한 장소에 마킹을 반복한다면 이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실내마킹의 해법으로는 중성화 수술이 꼽힙니다. 일반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면 반려견의 나이에 무관하게 실내마킹의 90%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견가정에서 중성화 수술은 효과적인데요. 서로의 발정기에 자극받아 마킹하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반복되는 마킹 장소를 깨끗이 청소해야 합니다. 개들이 같은 장소에 반복해서 마킹한다면 해당 위치를 화장실로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소변냄새가 남지 않도록 실내 마킹 장소를 자주 청소하고 소변을 배변패드로 유도해야 합니다.
만약 배뇨량이 너무 많다면 비뇨기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마킹은 소량을 자주 배뇨하는 반면에 질병성 배뇨는 매우 많은 양의 소변을 한번에 배출합니다. 요로 담석, 요로 염증, 신장질환 및 순환계 질환 등을 앓는 것은 아닌지 동물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반려견이 겪는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도 마킹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내마킹하는 장소와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뒤 수의사 혹은 행동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세요. 특히 마킹 장소는 문제행동을 발견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므로 유심히 관찰해야 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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