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를 부실 수사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 방윤섭 김현순)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확인하려고 잠시 멈춘 택시 안에서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기사를 폭행한 것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삼자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면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감경받기 위해 증거인멸 교사까지 해 죄질이 더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이던 2020년 11월 택시기사 A씨의 멱살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사건 이틀 뒤 A씨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며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있다.
A씨는 술에 취해 잠든 상태였던 이 전 차관을 깨우자, 이 전 차관이 욕설하며 목을 부여잡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차관은 A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해 왔다. A씨에게 1000만원을 건넨 것은 맞지만 단순 합의금일 뿐 영상 삭제의 대가가 아니라는 게 이 전 차관의 항변이다.
아울러 증거인멸교사가 성립되려면 A씨의 증거인멸죄가 성립해야 하는데,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폭행 영상 4개 중 이 전 차관에게 전송한 사본 영상 1건만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삭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아닌 단순 형법상 폭행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불리한 증거를 은닉 또는 인멸해달라고 교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차관이 피해 정도에 비춰 지나치게 큰돈을 택시 기사에게 합의금으로 줬고, 이후 ‘차에서 내려서 폭행당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해달라’고 기사에게 부탁한 점을 그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 전 차관이 ‘법원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했고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두루 역임한 법률 전문가’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부탁을 하려 했다면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용될 위험이 없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피해자의 피해가 심하지 않고 교통사고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증거인멸교사 범행은 인정되지만, 블랙박스 영상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던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 사건을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 A씨가 처벌 불원서를 제출함에 따라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했다. 이후 이 전 차관이 2020년 차관직에 임명된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5월 차관직에서 물러났고, 검찰은 같은 해 9월 형법상 폭행죄가 아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를 적용해 이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
이와 관련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형법을 적용해 내사 종결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도 특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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