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는 한·미 FTA 최혜국 대우 등 위반”

한국산을 비롯해 수입 전기차에 세액공제(보조금)를 주지 않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정부가 미국과 ‘선(先) 협의 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수순을 밟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조야가 자국 우선주의로 IRA를 통과시킨 데다 WTO까지 무력화한 상황이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 대응 대신 ‘미국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RA와 관련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상당히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선은 미국 정부와 협의하는 것이 먼저”라며 “필요하면 WTO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분쟁 절차를 밟기보다는 대화를 먼저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 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IRA가 WTO 협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업계 간담회를 갖고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한 자리에서다. 이를 위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음 달 중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정부는 독일, 스웨덴 등 IRA로 전기차 수출에 타격이 예상되는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된 IRA는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주는 요건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한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당장 올해부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서 내년부터 배터리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40% 이상, 배터리 부품은 북미 생산분이 50% 넘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리튬과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 제련 시설은 대부분 중국에 있어 당장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기 어렵다. 산업부 관계자는 “광물과 부품 요건 모두 단기간 내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글로벌 배터리·자동차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도 유럽 등 다른 국가와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등과 함께 IRA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화와 WTO 제소만으로 대응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호 변호사는 “미국이 무기력하게 만든 WTO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신속하게 한·미 FTA 분쟁 해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으로 제한한 것은 수입품과 국산품을 차별하는 것으로 한·미 FTA에서 규정한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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