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육원에서 나온 뒤 금전 고민을 하다 홀로 지내던 기숙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새내기 대학생의 장례식에 친모가 참석했다.
24일 오전 광주 영락공원에서는 사흘 전 광산구 한 대학교 건물 뒤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군의 화장식이 열렸다.
광주 북구는 보호시설에 등록된 A군의 장례 절차를 지원하기로 한 뒤 가족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연락이 닿은 A군의 친부모는 ‘장례식 참석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에 A군이 머물던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직접 그를 영락공원에 안치하기로 했다.
이후 A군 어머니는 발인 하루 전 유골을 인수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렇게 A군 어머니는 화장식과 천주교식 미사에 참석함으로써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A군은 어렸을 적 보육원에 보내진 뒤 20여년 만에, 그것도 사망한 뒤에야 어머니와 재회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화장장 상주 명에 이름을 올린 A씨 어머니는 보육원 관계자에게 “면목이 없다”라며 고개를 숙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아버지도 참석 의사를 전해왔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A군은 가정불화 등의 문제로 어릴 적 시설에 맡겨졌고, 경기지역 등 3~4곳의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자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교 진학 후 광주로 온 뒤 2020년 북구의 한 보육시설에 몸을 의탁했다.
그간 보호아동은 18세가 되면 자립 수준과 무관하게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해야 했지만 지난달부터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보호아동은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18세가 된 A군 역시 스스로 ‘만 24세까지 기존 시설에 계속 머무르겠다’고 신청해 보육원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대학에 합격한 올해 초 보육원을 나와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A군은 지난 21일 오전 10시 5분쯤 광주 광산구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주변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CTV 영상을 살펴본 경찰은 A군이 지난 18일 오후 4시 25분쯤 스스로 강의동 건물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A군의 기숙사 방에서는 마시지 않은 음독물과 소주,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A군은 대학에 합격한 올해 초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에서 지내왔다.
그는 사건 발생 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인이 됐고, 복지관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두렵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원을 나올 때 받은 지원금 약 700만원은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군이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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