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의무 위반 사업장에 시정기한을 주는 방식으로 ‘직장갑질 방지법’을 ‘직장갑질 방치법’으로 만들었다고 21일 비판했다.
직장갑질119가 입수한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조사·조치의무를 위반했을 때 25일 이내의 시정기한을 두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을 하지 않았을 때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직장갑질 방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회사는 지체 없는 조사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부의 내부 지침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상 이 처벌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고용부에 개정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 14일부터 지난 5월 31일까지 ‘조사·조치의무 위반 사건’ 신고 처리 현황을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이 기간 총 888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이 중 조치의무 위반 관련 신고 건수가 78.7%(696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는 55건에 그쳤다.
시정기한으로 조치가 늦어지면서 피해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한 사례자는 “회사가 몇 개월이 넘도록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아 결국 퇴사하고 고용부에 신고했는데, ‘시정기한을 부여한다’고 한다”며 “이미 신고 후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 이제야 시정기한을 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침에서 고용부는 회사가 직장갑질 신고자에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도 14일의 시정기한을 주도록 했다. 2019년 7월 16일 법 시행 이후 지난 5월 31일까지 직장갑질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신고는 1360건이었지만, 고용부는 이 중 274건(20.1%)만 검찰에 송치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조사의무 위반·불리한 처우의 경우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직장 내 괴롭힘에는 이와 상반되는 내부 지침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직장 내 괴롭힘 조사·조치 의무 보고서’를 발행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고용노동부 통계 등을 분석했다. 박현서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법 개정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사내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객관적 조사가 진행되지 못해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고용부의 내부 처리지침 개정 등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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