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비뇨기과 전문의가 환자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타낼 수 있도록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환자들이 받은 성형수술은 서류상 도수치료로 뒤바뀌어 있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서울 강남에서 의원을 운영하면서 성형수술이나 미용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도수치료를 해준 것처럼 허위 진료비 영수증과 진료확인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받게 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일부 환자에겐 아예 도수치료를 하지도 않고 서류와 영수증을 발급해줬다. 또 다른 환자들에게는 의료 목적과 무관한 도수치료를 받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방법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한 A씨 병원의 환자 151명이 6곳의 보험사에 청구해 받아낸 보험금은 총 4억6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환자는 눈썹 위 거상과 하안검수술, 지방 흡입 등을 받고 A씨 병원에 500만원을 낸 다음 도수치료를 22차례 받았다며 보험사에서 527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병원의 직원은 환자들에게 “원하는 성형수술이나 미용시술을 정상 가격 대비 80~90% 할인 가격에 받을 수 있다”며 “성형수술이나 미용시술 이후 도수치료를 위해 내원하지 않아도 결제한 금액만큼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관련 서류를 발급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 밖에도 환자를 소개받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급한 혐의(의료법 위반), 방사선사가 아닌 직원에게 엑스레이 촬영을 맡긴 혐의(의료기사법 위반), 간호조무사에게 쌍꺼풀 수술을 맡기고 15만원을 지급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상 부정의료업자)를 받았다.
재판에서 A씨는 일부 환자의 경우 실제 도수치료가 필요해서 치료했을 뿐 보험 사기가 아니고 간호조무사에게 쌍꺼풀 수술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일부 무죄를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의사로서 병원 영업을 위해 대규모 보험사기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도 “의사로서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환자들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큰 행위를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늦게나마 보험사들에 피해 금액을 일부 변제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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