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조경 전문가들의 축제인 제58차 세계조경가대회가 오는 3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해 9월 2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77개국 조경가 7만여명의 네트워크인 IFLA(세계조경가협회)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해마다 대륙을 바꿔가며 열린다. 한국 개최는 1992년 경주 대회 이후 30년 만이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인 조경진(61) 한국조경학회 회장은 21일 싱가포르 출장 중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세계조경가대회는 전 세계 조경가들이 모여 사회와 도시, 지역을 위해 조경과 정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기후위기, 팬데믹, 지역소멸 등의 문제에 직면한 한국의 도시와 지역들이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리: 퍼블릭 랜드스케이프(RE:PUBLIC LANDSCAPE)’로 정했다. 조 위원장은 “조경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라며 “특히 기후위기와 팬데믹 시대를 맞아 정원의 역할과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로 환경대학원 원장도 맡고 있는 그는 최근의 폭우 얘기를 꺼내고 “기후가 변한 이유도 있지만 도시가 재난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유념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같은 불투성 포장이 많아지고 도로, 건물 등 그레이인프라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까 도시의 회복탄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 비가 왔을 때 물을 수용하고 가두는 역할을 하는 게 공원이다. 이번 폭우는 공원, 하천, 산, 정원, 농지, 텃밭 등 그린인프라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그는 “조경을 중심으로 도시를 새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싱가포르를 모범으로 들었다. 그는 “싱가포르는 메가시티 차원에서 정원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도시 개발을 하면서도 자연을 잘 보존하고 수직정원이나 옥상정원, 텃밭 등을 엄청 많이 만들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를 개발할 때도 식물원을 굉장히 중요한 인프라로 삼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최근 조경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IFLA는 지난 해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며 ‘기후행동공약’을 발표했다. 조 위원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는 주변의 공원과 숲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했다”면서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정원으로 대표되는 자연 인프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광주 대회에서는 국내외 저명인사 12인이 발표하는 기조강연을 비롯해 학술논문 발표, 교육자·신진연구자·학생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등이 진행된다. ‘경관유산, 다시 생각하기’(문화재청),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도시공원과 공공공간’(건축공간연구원) 등 스페셜 세션도 열린다. 일반인들을 위해 ‘IFLA 조경·정원박람회’ 등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조 위원장은 “전라도는 조선시대 윤선도가 만든 보길도 부용동정원을 비롯해 강진 백운동원림, 담양 소쇄원, 그리고 근래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 등 한국 정원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며 “이번 대회를 통해 외국의 전문가들에게 한국의 정원 문화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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