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툰] ‘빵식이 아재’의 빵 터지는 행복 비결

Է:2022-08-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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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한 골목 모퉁이에 있는 4층 건물, 11평(약 36㎡) 남짓한 가게 ‘행복 베이커리’가 있습니다. 평범한 동네 빵집처럼 보이는 이곳을 동네 사람뿐만 아니라 멀리서 여행 온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빵을 사기 위해 먼 길을 올 정도면 빵이 얼마나 맛있는 걸까요? 비결은 맛있는 빵의 맛뿐만이 아닙니다. 행복 베이커리의 제빵사이자 사장님 김쌍식(49) 씨의 넉넉한 마음과 나눔이 입소문의 비결이죠.
김씨가 손글씨로 쓴 안내문에 "아침밥 굶지 말고!!! 하나씩 먹고 학교가자 배고프면 공부도 놀기도 힘들지용~~!" 이라고 쓰여있다

김씨는 매일 아침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 70~100개의 공짜 빵과 음료를 나눠 줍니다. 올해는 김씨가 1~2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와 주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빵 나눔’을 시작한 지 햇수로만 벌써 3년째라고 하는데요. ‘빵식이 아재’라고 불리는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새벽 5시 30분, 어두운 골목 어귀를 가장 먼저 밝히는 곳은 행복 베이커리입니다. 김씨가 등굣길 아이들의 아침을 책임질 빵을 굽기 위해선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해야 하죠.

김씨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받은 이웃의 도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나처럼 배고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빵 나눔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소보루, 카스텔라 등 매일 내놓는 빵의 종류는 다르지만, 아이들이 배곯고 학교에 가지 않길 바라는 김씨의 애정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이번 여름철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은 쿠키류였습니다. 요즘같이 날이 더운 날은 상할 염려가 있는 크림빵 종류는 피한다고 합니다.

장사하고 남은 빵을 나눠주면 더 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맛있고 건강한 ‘갓 구운’ 빵을 주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제 질문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빵과 음료를 가게 밖에 두는 것 역시 수줍음 많은 아이를 위한 김씨의 배려입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매일 눈도장을 찍다 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졌습니다. 묻지 않아도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낼 정도로 친해진 아이들도 많죠.
김씨가 빵과 음료를 준비하는 모습. LG그룹 유튜브 캡쳐

매일 아침 김씨의 루틴이 된 ‘빵 나눔’은 그에게 ‘힐링’입니다. 아이만 빵을 가져갈 수 있느냐고 묻자 “지나가는 할머니나 아저씨도 괜찮다”고 합니다. 빵 한 개가 대수겠냐면서요. 다만 욕심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열 개씩 가져갈 때는 아이의 몫이 줄어드니 “아이들에게 양보하세요”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상한 빵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한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여기는 공짜로 먹는 데야. 사 먹는 건 다른 데서 먹자”라면서 빵을 가져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목격하고 마음을 다친 김 씨는 이런 마음으로는 빵을 만들 수 없단 생각에 처음으로 가게를 나흘 동안 열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 8일 김씨의 SNS에 게재된 사진

여전히 김씨는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김씨 주변에 좋은 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랍니다. 지난 8일 광양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저금통 두 개를 들고 와서 나눔에 보태라며 기부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손님들의 기부금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사절하라고 일러놓지만 몰래 넣고 가는 이들까지는 어쩔 수 없죠.

멀리서 찾아와 100원, 500원씩 모아서 건네주는 마음은 거절하기 힘든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 학교 반 친구들이 선생님과 함께 손편지와 저금통을 모아왔을 때는 정말 감동적이었다면서요. 김씨는 어렵게 나눈 것을 받으면 빚지는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장사하고 그날 남은 빵으로 매주 기부했던 장애인 복지시설과 자활센터에는 최근 장사가 부쩍 잘돼 2주에 한 번밖에 못 간다는 김씨의 말에 안타까움이 묻어났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게 우선이 아니냐는 말에 “빵이 먹고 싶은 분들이 못 드실까 걱정”이라며 웃는 김씨가 장사보다는 봉사가 체질에 맞아 보여 함께 웃음이 났죠.

김씨가 선행을 베푸는 이유는 ‘선행의 순환’을 믿기 때문입니다. 공황장애가 있어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행복하다는 그의 행복 비결을 알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장사를 계속하는 한 등굣길 빵 나눔을 계속할 거라는 김씨의 다짐을 응원합니다.

[아살세툰] 연재를 마칩니다. 6개월간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아살세툰은 국민일보의 따뜻한 기사인 ‘아직 살만한 세상’을 글과 그림으로 담는 일요일 연재물입니다.
글·그림=이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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