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 출시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 방향은 더 명확해졌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을 아이폰과 직접 경쟁하는 최상위 라인업으로 설정했다. 출시시기도 아이폰과 비슷하게 잡았고, 무엇보다 폴더블폰의 판매량을 과거 노트 시리즈 수준인 100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스마트폰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주일가량 사용해본 폴드4와 플립4는 아이폰 대항마로서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어 보였다.
폴드4와 플립4는 디자인에서부터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디자인은 큰 변화 없이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다듬기만 했다. 새로운 느낌은 덜 하지만, 전작과 같이 두고 보면 확실히 디자인이 더 나아졌다는 게 보인다. 베젤을 최소화하고, 테두리는 각지게 처리해 세련된 느낌을 한층 더했다.
플립4와 폴드4 모두 전작보다 화면 주름이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디스플레이의 접히는 부분을 만졌을 때 굴곡도 덜해져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를 터치할 때 촉감도 거슬리는 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플립3가 폴더블 대중화의 일등 공신이었다면, 올해는 폴드4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클램셸 방식 폴더블폰은 플립3의 흥행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폴드 시리즈의 인폴딩 방식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폴드3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아쉬웠던 점은 무게, 휴대성, 카메라 정도였다. 폴드4는 폴드2에서 폴드3로 넘어갈 때만큼 큰 변화는 없었지만, 완성도를 높여 전작의 단점을 보완했다. 무게는 263g으로 전작보다 8g 가벼워졌다. 스펙상으로는 큰 차이가 아닌데 실제로 들어보면 휴대성이 더 좋다고 느껴진다. 이유는 디자인의 변화 때문이다. 폴드4는 힌지(경첩) 구조를 이전과 다르게 바꿨다. 덕분에 힌지가 더 얇아졌다. 이전과 같은 내구성만 담보된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또 테두리 마감을 전작보다 각지게 처리했다. 크기는 폴드3보다 위아래는 3mm 정도 줄었고, 펼쳤을 때 양쪽으로는 2mm 정도 길어졌다. 미묘한 차이지만, 이런 변화들이 합쳐져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한층 좋아졌다.
카메라가 플래그십 모델다워졌다는 변화가 가장 고무적이다. 폴드4는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탑재했다. 갤럭시 S22와 S22+에 사용된 것과 동일하다. 폴드3는 촬영할 때 반 박자 정도 늦게 찍히는 느낌이 있었는데, 폴드4는 원하는 순간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빈도가 이전보다 많아졌다. 화질이 이전보다 좋아진 것도 만족스러웠다.
제품 크기가 달라지면서 폴드4는 화면 비율도 변경됐다. 내부 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유지했던 5대4 비율에서 6대5(21.6대18)로 양쪽으로 조금 더 넓게 변경됐다. 멀티태스킹 하기에 좀 더 유리해졌다. 양쪽으로 창을 2개 띄워도 화면비율이 크게 어색하진 않다. 외부 디스플레이 화면 비율은 24.5대9에서 23.1대9로 바뀌었다. 위아래로 너무 길다는 느낌이 조금이나마 덜해졌다.
태스크바가 하단 메뉴바에 통합된 점은 폴드4의 사용성을 크게 높여준다. 전작도 태스크바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측면에 위치해서 사용성은 떨어졌다. 폴드4는 PC환경에서 익숙한 위치에 태스크바를 위치시켜 편리하게 여러 앱을 띄워서 사용할 수 있었다. 전작에 처음 도입됐던 UDC(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도 개선돼 앱을 실행시켰을 때 시야에 방해가 거의 되지 않는 수준으로 좋아졌다.
플립4는 패션아이템으로 가치가 극대화한 느낌이다. 힌지가 얇아지고, 테두리가 직선적인 느낌을 더 강조하면서 손에 쥐었을 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준다. 올해 출시된 4가지 색상 중에는 단연 블루가 눈에 띈다. 무광 재질의 마감에 유광 메탈 프레임의 조화에다 은은한 푸른 빛이 더해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뿜어낸다.
플립4는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성능을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띈다. 배터리 용량은 3700mAh로 플립3(3300mAh)보다 많아졌고, 충전 속도도 초고속충전(25W)을 지원해 빨라졌다. 30분 만에 5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메인카메라는 1200만 화소로 화소 수는 동일하지만 전작대비 센서가 65% 밝아져 사진 촬영에 유리해졌다.
커버 스크린은 전작과 크기는 같지만,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다. 폰을 열지 않은 채로 후면 카메라와 커버 스크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화면을 두 번 탭하면 화면 비율이 조절돼 가로로 사진을 찍을 때 전체 구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커버 스크린에서 바로 전화 걸기, 문자하기, 삼성페이, 스마트싱스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커버 스크린에 사진, 동영상, GIF 등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폰꾸미기도 가능하다.
폰을 접어서 다양한 각도로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은 더욱 극대화됐다. 인스타그램 ‘릴스’ 촬영시 플렉스 모드를 지원하고, 왓츠앱과 페이스북은 영상통화에서도 플렉스 모드 사용이 가능하다.
카메라와 영상 시청 외에 폴더블폰의 사용성을 확장하는 건 삼성전자의 과제다.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운영체제가 구글 안드로이드에 종속돼 있다. 폴더블 특화 기능을 넣기 위해선 구글 뿐만 아니라 각 앱 제작사와 협업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있으면 좋은’ 정도를 넘어 꼭 필요한 수준으로 폴더블폰의 사용 경험이 확대해야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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