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회복됐음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발언의 당사자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어서 파장이 컸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 연설에서 “방역 전쟁의 나날 고열 속에 심히 앓으시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인민들 생각으로 한 순간도 자리에 누우실 수 없었던 원수님”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로 의심되는 고열을 앓았고, 이후 치료를 통해 회복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사실일 경우, 북한 매체에 등장한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생겼던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단초다.
코로나19 치료에 통상 일주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이와 비슷한 기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건 최근 세 차례가 꼽힌다.
그는 5월 2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에 참가한 학생·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열흘간 잠행에 들어갔다.
4월 말 열병식과 후속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접촉하며 감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5월 2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 참석한 뒤 열흘간 또다시 종적을 감췄다.
7월 8일 당 생활지도 간부 특별강습회 참석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일정 이후에는 20일 가까이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5월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이 결국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을 수 있는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고열을 앓았다는 표현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최고 기밀이란 점에서 김 위원장이 확진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봤다. 김 부부장이 굳이 발열 사실을 밝힌 건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가뜩이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최고지도자의 확진 사실을 공공장소에서 말하는 건 북한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발열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코로나19 확진은 아닌 만큼 김 부부장이 단순 발열 사실을 의미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확진됐었거나 아니면 확진된 주민들과 같은 고통을 겪었음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 했을 수 있다”며 “지도자의 영도와 희생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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