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공식 기념일을 제정한다. 해외 행정기구가 5·18 기념일을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5·18 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현지 시각 오는 8일 오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제정과 관련한 결의안(HR120)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민 1세대인 최석호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공화당)이 대표발의한 결의안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결의안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투쟁한 5·18의 의미와 함께 매년 5월 18일을 캘리포니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선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5·18기념재단과 현지 교포단체 등은 결의안에 동참한 의원들이 많아 본회의를 무난히 최종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전체 미주 한인 동포 200만여명 가운데 60만여명이 거주 중이다. 현지 교포들은 한인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주 의회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제정을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결의안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한국의 광주 시민들은 열정과 용기로 뭉쳐 목숨을 걸고 민주화의 신념을 지키고자 가혹한 독재 정권에 맞서 투쟁했다’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산화한 숭고한 희생 정신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본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는 5·18 관련 마지막 수배자인 고 윤한봉 열사가 망명해 민족학교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주는 내년 5월 18일부터 매년 같은 날을 ‘5·18민주화운동의 날’로 공식적으로 기리고 기념하게 된다.
미국 현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 결의안 제정 준비위원회는 당일 오전 주의회 인근 하이엇 리젠시 새크라멘토(Hyatt Regency Sacramento) 호텔에서 5·18 기념일 제정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준비위원회 김형률 대표는 “5·18은 미 건국과 헌법의 아버지 ‘벤저민 플랭클린’ 등이 제시한 자유국가 이념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준비위원회에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로스엔젤레스, 재미 시인협회, 5·18기념재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준비위원회가 200여명을 초청한 기념식에는 광주시와 5·18 기념재단 대표단도 참여할 예정이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의 세계화가 머나 먼 미국에서 첫 결실을 보게 됐다”며 “광주시와 자매결연 중인 각국의 도시 등을 대상으로 5·18의 정신을 세계하하는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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