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에 이어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도 용도·용적률 제한 없이 고밀 복합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특례법이 제정되면 기존 법적 상한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
세계도시정상회의(WCS)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 시장은 30일 세운상가 일대도 토지이용 규제가 없는 싱가포르의 ‘화이트사이트(White Site)’ 개념을 적용해 초고층 고밀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 마리나 원(Marina One)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은 재개발을 위해 토지 이용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용도지역이 굉장한 규제로 작용한다”며 “용산정비창 부지나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화이트사이트 개념이) 적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화이트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인 마리아 원은 화이트사이트 덕분에 용적률 1300%(지하 4층∼지상 34층)의 초고밀 복합개발과 유선형의 수려한 건축 디자인이 가능했다.
화이트사이트는 서울시가 2040 도시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과 유사하다.오 시장은 서울시가 구상한 ‘도심 복합개발’의 핵심 역시 이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원 등으로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정해 유연한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건물에 운동장 없는 학교와 초고층 수직정원 등이 동시에 들어서고, 건물 안에 주택과 업무시설이 동시에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퇴근하는 생활도 가능해진다. 업무·산업·문화·관광·교육·녹지 등 다양한 용도가 혼합된 초고층 복합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공주택단지인 ‘캄풍 애드미럴티’를 찾아서는 세대공존형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노년의 부모가 기혼 자녀와 가까이 살 수 있게 하는 노인복지주택단지 ‘골드빌리지(가 칭)’을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짓겠다는 구상이다.
캄풍 애드미럴티는 노년층 부모와 결혼한 자녀 등 3세대가 근거리에 거주하며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세대통합 주거단지를 형성했다.
서울시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서울시립고덕양로원 부지에 골드빌리지 시범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월 500만∼600만원의 비싼 비용을 내야 하는 고급 실버타운이 아닌,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급형 실버타운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오 시장은 “은평 혁신파크에 어르신 주거 100∼200가구, 자녀 주거 100∼200가구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과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집어넣고 상업·업무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현재 고품질 임대주택 적용 1호인 노원구 하계5단지에 ‘3대 거주형 주택’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대 분리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특수한 주택평면을 개발·적용한 주택이다.
시는 부모가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고 자녀가 인근 주택으로 이사하거나, ‘3대 거주형 주택’에 입주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싱가포르=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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