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931일 만에 국제대회 승리를 거두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 첫 경기에서 호주에 3대 2(23-25, 25-23, 25-18, 22-25, 15-13)로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허수봉이 양 팀 최다인 33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나경복과 최민호가 각각 20점, 11점, 신영석과 황경민이 7점씩 냈다.
남자 대표팀의 승리는 2년 6개월 19일 만이다. 2020년 1월 9일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예선 카타르전 승리가 마지막이었다. 이틀 뒤 4강에서 이란에 2대 3 패하면서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고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국제대회 경험이 없었다.
1세트 나경복과 허수봉 좌우 쌍포가 각각 6점, 7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지만 아쉽게 세트를 내줬다. 호주에 첫 득점을 내준 뒤 상대 서브범실과 나경복의 강스파이크로 2-1 리드를 잡았다. 이후 1~2 점차 근소한 차이가 이어지다 23-23 동점 상황을 맞았으나 호주 득점과 서브 리시브 실패로 23-25로 세트를 내줬다.
곧장 반격에 나섰다. 허수봉이 홀로 10점을 내는 원맨쇼와 나경복의 쐐기 스파이크로 25-23 2세트를 가져왔고, 기세를 이어가 3세트까지 연달아 획득했다. 홈팬 응원 속에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1~2세트와 달리 내내 5점차 내외를 유지하며 호주에 추격을 허용치 않았고 25-18로 마쳤다.
호주가 쉽게 물러서지 않고 4세트를 가져가자 경기는 5세트 풀세트로 돌입했다. 자칫 기세를 내줄 뻔했지만 허수봉을 선봉으로 세트를 리드했고, 막판 비디오 판독 끝에 15-13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관중석에서는 허수봉의 이름을 연호했다. 허수봉은 경기 후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이길 수 있었다”며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출전권 따내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4강도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주장 한선수는 “초반에 잘 안 풀렸지만 선수들이 다같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서 첫 경기 치곤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토너먼트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챌린저컵에서 첫 단추를 잘 끼우며 목표인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호주에는 도쿄올림픽 예선전 조별리그 1차전 2대 3 패배를 완벽히 복수했다. 임도헌 감독은 “호주의 속공 플레이를 최대한 저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우리 페이스만 가져가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챌린저컵 ‘개최국=우승’ 공식의 희망도 이어간다. 2018년과 2019년 열린 챌린저컵은 2020·2021년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앞선 두 대회에서는 각각 개최국인 포르투갈과 슬로베니아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은 3년 만에 열린 챌린저컵에서 우승 공식을 이어가려 한다.
한국은 튀르키예-카타르전(29일) 승자와 30일 오후 3시30분 4강전을 치른다. 튀르키예(17위)는 2021 유럽배구연맹(CEV) 골든리그 우승팀이고, 카타르(21위)는 VNL 참가팀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랭킹이 높다. 임 감독은 4강전에서 튀르키예와 만날 것으로 예상하며 “튀르키예는 조직력이 있고 라이트 공격수가 좋다”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쿠바가 칠레를 3대 0(25-20, 25-19, 25-19)으로 완파하며 4강에 선착했다. 쿠바는 세계랭킹 12위로 8개 참가국 중 가장 순위가 높다. 한국이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적이다. 쿠바는 튀니지-체코전 승자와 30일 오후 3시30분 결승행을 다툰다.
잠실=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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