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타당 최고 200만원하는 도박 골프의 전모가 드러났다. 마약 성분이 든 약을 탄 커피가 싱글골퍼를 초보 수준의 일명 ‘백돌이’로 망가뜨렸다.
돈에 눈이 먼 도박 골프의 달콤한 유혹은 10년 넘게 우정을 쌓아온 친구 사이를 매정하게 갈라놓았다.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A(52)씨와 B(56)씨 등 2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또 거액의 도박 골프를 하기 위해 바람잡이 역할을 한 C(62)씨 등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4월 8일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피해자 D씨에게 로라제팜 성분이 든 향정신성의약품을 커피에 미리 타 마시게 한 뒤 내기골프를 쳐 돈을 챙긴 혐의다.
골프 실력과 상관없는 ‘사기 골프’에 당한 D씨는 친구도 잃고 돈도 잃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평소 80타 전후의 실력인 D씨는 몽롱한 상태에서 100개가 넘는 형편없는 점수를 기록했다. 18홀을 도는 동안 총 5500여만원을 잃었다.한 홀에 서로 짠 동반자들에게 속아 700만원을 한꺼번에 털리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충청지역 폭력조직원인 A씨는 십년지기 친구 D씨에게 “1타당 30만 원씩 걸고 내기골프를 하자”고 꼬드겼다. 지난해 8월부터 몇 차례 내기골프를 한 D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문제의 내기골프는 A씨와 C씨 등이 미리 짜고 파놓은 ‘함정’이었다.
B씨는 골프장에서 만난 D씨가 아침 식사 대신 클럽하우스 인근에서 연습스윙을 하는 사이 커피에 몰래 마약성 신경안정제를 섞었다.
경찰은 문제의 커피를 마신 D씨가 약 기운이 돌면서 신체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평소 골프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D씨는 A씨 등에게 “골프를 그만 치겠다”고 했으나 A씨 등은 막무가내였다. D씨에게 두통약 등을 먹이며 골프를 계속 치도록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이 사기 골프로 D씨에게 뜯어낸 돈은 총 5500만원. 평소 아마추어로는 뛰어난 80대 초반 타수의 실력을 유지하던 D씨는 결국 초보자나 다름없는 104타를 치고 말았다.
애초 D씨는 내기골프를 위해 현금 3000만원을 준비해 갔다가 A씨에게 골프장에서 2500만원을 빌리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타당 30만원에서 출발한 도박골프는 후반 홀에서는 최대 200만원까지 올라갔지만 D씨는 속수무책이었다. D씨는 1개 홀에서 최대 700만원까지 잃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다음날 평소보다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D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내기 골프를 했는데 이상한 커피를 마시고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후 소변검사에서 마약성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D씨가 라운딩을 하는 동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는 당시 경기보조원(캐디) 등의 진술을 토대로 골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B씨가 커피에 무언가 넣어 섞는 장면을 포착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 등은 알약 형태인 로라제팜 성분의 약물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섞은 후 커피에 탔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한 로라제팜 성분 의약품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빈 용기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범행 당일 골프를 마친 후 피의자들끼리 주고받은 휴대전화 통화 내역도 확보해 A씨와 B씨 등이 범행을 공모한 정황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A씨 등은 경찰에서 “커피에 설탕을 넣은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남진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피해자를 불러낸 A씨와 커피에 약을 탄 B씨 등 2명을 구속했다”며 "이들은 호구 물색, 꽁지, 바람잡이, 선수 등 역할을 분담해 A씨를 깜쪽같이 속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