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27일(현지시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반도체 칩과 과학 법’을 처리해 하원으로 넘겼다.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어 이르면 이번 주 법안의 최종 통과가 유력하다.
상원은 이날 반도체법 표결을 해 찬성 64대 반대 33으로 가결 처리했다. 상당수 공화당 의원이 법안에 찬성표를 줬다는 의미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초당적으로 형성됐음을 방증한다.
법안에 찬성한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늘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공산당에 나쁜 날”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도전에서 마침내 깨어났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법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 20억 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직접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준다. 의회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40억 달러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법안에는 첨단 분야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 지출을 크게 늘려 기술적 우위를 지킬 수 있도록 20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AI)이나 양자 컴퓨팅 등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공공연구 및 개발 투자에 역대 최대 규모인 825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공급망에서 더 나은 회복력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미국 소비자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을 다른 나라에 절대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미국 가정과 미국 경제의 주요 승리”라며 이르면 28일 법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이 시행되면 인텔과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그러나 법안에는 연방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 국가에 특정 유형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중국 등에 대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일각에서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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