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시험지 유출로 홍역을 치른 광주 모 사립고에서 기말고사 답안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학교 당국이 경찰 수사를 의뢰해 학생 1명이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일선 학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5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13일 치러진 모 사립고등학교의 2학년 기말고사 4개목 답안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 중이다.
학생 A군이 해당 과목 답안지를 미리 확보해 시험을 치렀다는 것이다. 동료 학생들은 시험이 끝난 뒤 쓰레기통에서 정답이 적혀 있는 쪽지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시험지를 사전에 입수한 의혹이 제기된 A군을 성적평가 등 학사행정을 방해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
A군 동료 학생들은 “생명과학 과목 4개 문항의 내용이 수정되고 결과적으로 정답도 정정됐는데 쓰레기통에 답안을 버린 학생이 이전의 답을 그대로 적어 제출한 것은 사전 유출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4과목의 답안지 유출의혹을 확인하고 지난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아울러 시교육청에도 이러한 사실을 통보했다.
광주시교육청이 파악한 결과 A군은 문제가 된 지구과학과 수학Ⅱ 2과목은 100점 만점, 한국사는 93점, 생명과학은 86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생명과학 4문제가 정정되지 않았다면 A군이 100점을 맞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학교 측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해 시험지 유출 경위를 캐고 있다.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유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학교에서는 2018년에도 행정실장·재학생 어머니가 서로 짜고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유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학교 행정실장은 2018년 4월과 7월 2차례에 걸쳐 인쇄실에서 시험지를 빼내 복사한 뒤 재학생 어머니에게 통째로 건넸다가 구속되는 등 형사 처벌을 받았다.
어머니는 시험문제 중 일부를 정리해 고 3인 아들에게 기출문제인 것처럼 건넸다. 아들이 정답이 적힌 문제를 풀어보고 시험에 응시하게 한 혐의가 드러났다.
행정실장과 어머니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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