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카메라의 대명사인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DSLR을 만드는 소니, 캐논에 이어 니콘도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DSLR은 사진기자, 작가 같은 전문가 사이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한다. 고화질의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찍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렌즈를 바꿔서 촬영할 수 있어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휴대하기에 무거워서 사용성에 제약이 따른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해마다 큰 폭으로 발전하면서, 일반 사용자에게 전문가용 카메라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광학적 성능은 떨어지지만, 스마트폰은 이를 인공지능(AI) 기능 등으로 보정하는 ‘컴퓨터이셔널 포토그라피’로 사진 품질을 높였다. 카메라 시장에서는 DSLR 화질은 유지하면서 휴대성과 사용성을 높인 미러리스 카메라가 약진했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DSLR 카메라 출하량은 2012년 1620만대에서 지난해 216만대로 줄었다. 니혼게이자이(니케이)는 니콘이 DSLR 시장에서 철수하고, 미러리스 등의 디지털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니콘은 “DSLR 생산·판매·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며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니콘은 2020년 6월 플래그십 모델인 D6를 출시한 이후 DSLR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니콘은 이미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개발을 중단한 상태라고 니케이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소니, 캐논에서 그랬던 것처럼 니콘도 사실상 DSLR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미라타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지난해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DSLR 개발 및 생산을 몇 년 안에 중단할 것이라고 철수를 공식화했다. 2020년 출시된 EOS-1DX 마크3가 사실상 전문가용 DSLR의 마지막 모델이라고 밝혔다. 미라타이 회장은 “초급 및 중급 DSLR에 대한 해외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개발 및 생산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캐논은 미러리스 카메라를 전문가용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라인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소니는 2016년 발표한 4200만 화소 A99 II 이후 DSLR 카메라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DSLR 후발주자였던 소니는 캐논과 니콘보다 먼저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카메라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카메라영상제품협회(CIPA)에 따르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2020년 293만대 출하되며 처음으로 DSLR을 앞질렀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도 전체 카메라 시장의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러리스와 DSLR을 합한 카메라 시장 전체는 2017년을 1167만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에는 534만대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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