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증권가는 예상을 초월한 인플레이션을 확인하고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 인상)을 뛰어넘는 100bp 금리 인상론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끝내는 오는 28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자이언트스텝’ 이상으로 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힐지가 주목된다.
‘100bp 금리인상론’은 이제 대세를 탔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14일 오후 1시 현재 100bp를 택한 비율은 82.1%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률을 75bp로 전망한 비율은 17.9%였다. 25bp나 50bp를 지목한 의견은 없었다. 지난 13일만 해도 75bp 금리 인상을 택한 비율은 92.4%로 가장 많았다. 당시 100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한 비율은 7.6%였다. 월스트리트의 금리 인상 전망이 하루 사이에 완전히 뒤집혔다.
‘100bp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실은 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3일 밤 9시30분 “6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9.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이코노미스트 의견을 종합해 제시한 전망치인 8.8%를 0.3%나 웃돌았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달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인 8.6%를 초월해 앞자리가 9로 바뀌었다.
6월 CPI를 확인한 월스트리트 금융‧증권가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미국 씨티그룹의 자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홀렌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가파른 상승세를 경고하며 “7월 FOMC 회의에서 100bp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 회의에서 2018년 12월 이후 3년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했다. 당시 적용된 인상률은 25bp였다. 지난 5월 회의에선 2000년 이후 22년 만에 ‘빅스텝’(50bp 금리 인상)을 밟았고, 지난달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으로 보폭을 넓혔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인상한 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16일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도 50bp나 75bp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는 이제 ‘자이언트스텝’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FOMC 구성원인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차기 회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 대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0bp 금리 인상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모든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답했다. 즉답을 피했지만, 100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20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