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검은 숲’은 깊고 어두운 침엽수림을 검은색 표현했는데, 뭔지 모를 오싹한 느낌이 들어 마녀가 나오는 중세 유럽의 컴컴한 숲이 상상이 된다. 실제 작가가 프랑스에 유학하던 시절에 여행간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숲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 숲은 동화 헨델과 그레텔의 무대가 되는 장소다. 잔혹동화의 배경이 될 정도로 음습한 숲을 독일 표현주의를 연상시키는 붓질로 표현했지만, 신혼 여행간 몰디브의 숲을 그릴 때는 붓질과 색감이 180도 달라진다. 초록과 파랑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선으로 화면이 출렁인다. 현재 거주하는 남양주의 하천을 그린 풍경화에는 산책자의 여유가 있다. 새벽에 본 안개 낀 배밭 풍경은 느릿하게 선을 그어 명상의 기운이 감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풍경의 상황에 맞는 테크닉을 구사하기 위해 붓질은 물론 손으로 비비고 물감을 뿌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나온 풍경화의 제목을 보면 ‘검은 숲’ ‘조용한 핑크’ ‘몰디브 그린’ ‘오로라 화이트’ 등이 붙어 있다. 특정한 상황을 색으로 치환하려는 작가의 의식 구조가 엿보이는 제목들이다.
급기야 작가는 ‘빅 블루’에서는 실제 풍경이 아닌 상상의 풍경을 그렸고, 이를 계기로 ‘부끄러운 분홍’ ‘시큼한 초록’ 등 색이 주는 심리를 그린 추상화로 나아간다. ‘부끄러운 분홍’ 등은 결과적으로 단색으로 보이지만 풍경이 주는 이미지를 요약한 색상이라는 점에서 풍경화의 새로운 버전인 셈이다.
작가는 프랑스 디종 보자르에서 학사를, 스트라스부르 아르데코에서 석사를 마치고 2014년 귀국했다. 인천아트플랫폼, 복합문화공간 에무 등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했다. 7월 27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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