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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특고’ 배달라이더에 산재보험료 절반 부담은 정당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배달 플랫폼 라이더들에게 일반 근로자와 달리 산업재해보상 보험료(산재보험료) 절반을 납부하도록 한 것은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배달라이더 A씨 등 3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배달라이더라는 직종에는 독립적 사업주와 유사한 특성도 있다는 취지다.

산재보험법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한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전속 근로자와 유사한 형태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근로자)로 분류하고 별도의 규정을 둬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보험모집인, 골프장 캐디, 학습지 방문교사, 레미콘 차량 운전사, 방송 작가 등으로 배달 라이더도 특고근로자에 포함된다. 일반 근로자들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지급하지만 특고근로자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49조의3(특고근로자에 대한 특례) 2항에 따라 사업주와 특고근로자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근로자인 배달라이더는 업무 시간과 장소 등에서 일정 부분 자기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 자영업자와 전속 근로자의 성격을 모두 지닌 채 중간 지대에 놓여있다”며 “산재보험료 절반 납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A씨 등은 2019년 8월, 2020년 3월, 2020년 12월 건보공단이 이들이 각각 소속된 사업장에 산재보험료를 부과하는 고지서를 발송하자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일반 근로자들이 산재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것과 달리 특고근로자들에게 산재보험료 절반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이라는 취지였다. 이들은 재판부에 해당 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함께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라이더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고근로자는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이나 보수 의존성이 높고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징표는 약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이윤 창출 및 손실 초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등 사업자로서의 특징이 나타나 근로자와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산재 보험료 절반을 부담케 하는 것을 차별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고근로자들의 산재보험료 면제는 판결이 아닌 입법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합리는 국가예산 및 재정, 전체적 사회 보장 수준을 고려해 단계적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조항으로 원고들의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법률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는 “신산업과 그에 따른 새로운 근무 형태가 계속해서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분쟁이 일어난 다음에야 주어진 법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법원 판례를 통해 정리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입법을 통한 근로자성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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