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소유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땅을 국고에 환수하려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7-1부(재판장 정윤형)는 지난 7일 법무부가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 행적이 인정된 바 있다. 이후 2007년 그는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됐다.
정부는 과거 이해승의 소유였다가 이 회장의 소유가 된 홍은동 임야 2만7905㎡를 환수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진정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이 회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해승은 이 땅을 1917년 처음 취득했고, 1957년 손자인 이 회장이 땅을 물려받았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1966년 경매에 넘겨져 은행 소유로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땅을 다시 사들였다.
법원은 친일재산귀속법상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는 국가 귀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근거로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친일행위자의 상속인이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재산을 취득했다면 제3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1심은 “친일재산귀속법에서 ‘제3자’에 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고 해서 제3자의 범위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은 1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가 분할되기 전 경매에 넘어가 1966년 금융사로 소유권이 넘어간 바 있다”며 “이 금융사는 친일 재산이라는 점을 모른 채 경매에서 금액을 납부하고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현재의 등기명의인인 피고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구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금융사의 권리를 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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