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후 영아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20대 부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사인을 알 수 없다며 내사종결 의견을 냈지만, 피의자들의 주장에 의문을 품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벌인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수민)는 10일 영아살해 및 사체은닉 혐의로 친모 이모씨(20)와 친부 권모씨(20)를 지난 8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 11일 서울 관악구 주거지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이의 입과 코를 수건으로 막아 살해한 뒤 시체를 가방에 담아 에어컨 실외기 아래 숨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사건 발생 이틀 후 이씨 친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이들 주거지에서 사망한 영아를 발견하고 변사 사건으로 접수했다. 이들 부모는 ‘아이가 사망한 채 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부검 결과가 ‘사인 불명’으로 나오자 지난해 6월 부모의 주장에 따라 검찰에 내사 종결 의견을 통보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검토한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유도윤)의 담당 검사 의견은 달랐다. 그는 2시간이나 분만이 순조롭지 않았음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었다. 이에 검찰은 경찰에 “대한의사협회 감정·자문 등의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경찰은 재차 내사종결 의견을 통보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부모를 입건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시 경찰에 제시했다. 부검 결과 영아가 살아서 출생했다는 점, 분만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119에 신고하거나 인공호흡 등 소생술을 해야 했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의나 과실로 영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검찰의 의견에 따라 부모를 입건했고, 지난 3~4월 진행한 조사에서 아이를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지난 6월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영상녹화 조사, 휴대전화 포렌식 등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서는 영아살해 혐의, 권씨에 대해서는 영아살해방조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보완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이 사전에 아이를 살해하기로 모의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계획적으로 진술을 맞춘 정황을 확인해 권씨에게도 영아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20대 초반 부모가 경제적 무능력과 미혼모라는 주변 시선을 우려해 벌인 사건”이라며 “변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면밀한 사법 통제와 직접 보완 수사로 묻힐 뻔한 사건의 실체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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