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최고지도자가 미국 등 세계 각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7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 아프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전날 이슬람 명절 희생제(이드 알아드하)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와 외교, 경제,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아쿤드자다가 공개적으로 미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아쿤드자다는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고 있지만, 공식 석상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아쿤드자다는 지난해 10월30일 탈레반 세력 본거지인 남부 칸다하르에서 첫 대중연설을 한 뒤 지난 5월 1일 금식 성월 라마단 종료 연설, 최근 카불 지도자 회의 연설 등 중요 행사에서만 공개 메시지를 냈다.
이번 성명에서 특히 그는 아프간이 극단주의 세력의 근거지로 활용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쿤드자다는 “누구도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에 우리 영토를 이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이웃 국가, 지역, 세계에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또한 다른 나라가 우리의 국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쿤드자다의 유화적 메시지가 나온 배경에는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국제사회 원조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1996~2001년 집권했던 탈레반은 9·11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을 끝내고 지난해 8월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해외 자금 동결 등으로 아프간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아프간 경제는 최악의 상태에 놓여있다.
탈레반은 현재 미국과 카타르 도하에서 해외 동결 자금 해제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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