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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해경, 월북 판단 근거 설명하던가”… 유족 “언론으로만 봤다”

檢, 해경 ‘월북의도’ 발표 전
구명조끼 등 근거 설명 여부 조사
“빚은 결혼할 때부터 있었다”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월북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20년 9월 해양경찰청의 이씨 자진 월북 발표 당시 유족에게 충분한 근거 설명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이씨의 구명조끼 착용 등이 월북 의사 증거로 쓰인 이유를 유족이 제대로 설명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유족은 “언론을 통해 수사 결과를 접했을 뿐,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이씨 생전 채무 상태에 대해서도 조사했고, 유족은 “빚은 결혼 당시부터 있었으며 충분히 갚아나갈 수 있는 규모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유족은 이씨가 사고 직전 “3년만 고생하면 되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고 말했으며,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남의 당직 근무까지 서기를 자청했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유족이 제기한 정치권의 월북 인정 회유 의혹에 대해서도 살필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는 지난 29일 이씨 유족을 상대로 해경이 언론에 수사 결과를 발표한 2020년 9~10월 충분한 상황 설명을 받았는지 조사했다. 해경이 이씨의 월북 의사 판단 근거로 삼은 각종 증거들을 유족에게 밝혔는지 물은 것이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해경이 당시 발표했던 이씨의 구명조끼 착용 사실, 표류 예측 지점과 실제 발견 지점의 거리 차이 등을 유족이 제대로 들었는지 조사했다. 유족은 “언론 보도로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뿐 당시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안내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표류예측시스템을 통한 이씨의 추정 위치와 실제 발견 위치가 달랐다는 점을 곧장 이씨의 ‘인위적 노력’에 따른 이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살피고 있다. 검찰은 표류예측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수색·구조 목적으로 가동되는 것인데, 이씨의 이동을 설명하는 수사 결과로써 활용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학계는 현재의 표류예측시스템으로도 오차는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해경 스스로도 2017년 말 표류예측시스템의 정확도를 ‘최대 40%’로 설명했었다.

검찰은 해경이 이씨의 자진 월북 의사 근거로 여러 차례 강조한 채무 상태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유족은 지금까지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진술을 했다. 이씨의 아내 권모씨는 “빚은 20년 전 결혼할 때부터 있었던 것이며, 부부의 750~800만원 월수입을 고려하면 상환 불가능한 규모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권씨는 또 이씨가 사고 직전 “3년만 고생하면 되니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고 말했었다고 검찰에 밝혔다. 이씨는 2020년 6월부터 3년간 빚을 갚겠다는 변제계획안을 냈고 법원이 합의한 상태였다. 이씨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때론 동료의 당직 근무를 수행해 왔다고 한다. 이씨는 사고 직전에도 “추석에도 당직을 서니 집에 갈 수 없다”고 말해 왔었다고, 권씨는 검찰에 진술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에게 “월북을 인정하고 보상을 받으라”고 회유했다는 의혹도 이번 검찰 수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당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유를 받았다는 아주버님의 전화를 받았다”며 “‘어떤 요구가 있더라도 명예회복이 아니라면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합의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었다”고 국민일보에 밝혔다.

민주당은 월북 인정 회유 의혹을 반박했다. 이래진씨를 만난 이로 지목된 민주당 황희 의원은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는, 상징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지만, 월북으로 인정하면 뭘 해주겠다는 말은 누가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해경의 수사, 관계장관회의 등을 포함한 정부의 대응 상황을 시간대별로 이미 상세히 정리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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