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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체험학습 천차만별…일가족 종적 감춰도 속수무책

광주 초중고 체험학습 기간 저마다 달라

입력 : 2022-06-29 12:54/수정 : 2022-06-29 13:15

광주지역 각급 학교가 저마다 다른 교외체험학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선을 막기 위해 권고한 효율화(표준화) 방안이 3년 가까이 묵살된 사실도 드러났다.

29일 광주시교육청과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수업일수 기준 18일간(휴일 제외)의 ‘제주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학교에 신청했다.

부모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제주가 아닌 완도로 떠난 조양은 체험학습 기간이 끝난 16일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이 등교하지 않았다.

조양이 3일 이상 무단결석하자 학교 측은 지난달 21일 가정방문을 거쳐 이튿날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학교 측 실종 신고 이후 엿새째인 27일 오전까지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학교장이 가족여행이나 친인척 방문, 견학 등의 이유로 허락한 체험학습 참여 학생에 대한 관리 대책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한 현행 제도는 보호자·학생이 신청하면 학교장이 승인하고 체험학습을 다녀온 학생이 등교할 때 체험결과 보고서만 제출하면 수업일수로 인정한다.

조양이 재학 중인 모 초등학교의 경우 체험학습 최대 허용일수가 연간 38일이다. 학교 측은 수업일수 190일의 20% 범위에서 체험학습을 허용하되 5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최장 허용일수는 그동안 규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 가족은 이로 인해 주말 등을 포함해 실제 한 달 가까운 체험학습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반면 광주지역 상당수 초등학교는 휴일을 포함한 1회 체험학습 기간이 최대 14일을 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학교별 허용일수와 토·일요일·국경일·선거일 등을 체험학습 기간에 포함하는지 기준이 같지 않다는 점이다. 광주지역 일부 초등학교 체험학습 허용일수는 7일에 불과하다. 최대 38일간의 5분의1도 되지 않는다.

중학교 사정도 마찬가지다. 광주지역 중학교는 부모 동의를 전제로 한 신청을 받아 저마다 7~10일간의 체험학습 제도를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체험학습을 전후해 제출하는 관련 서류 제출기한 역시 초·중학교별로 신청서는 체험학습 1~3일 전, 체험보고서는 체험학습 후 5~7일 이내에 내도록 규정해 학교마다 달랐다.

이로 인해 실종된 조양이 올 들어 7차례에 걸쳐 전체 수업일수 70일의 절반에 가까운 30여 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부모의 주도에 따라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례적으로 잦았고 기간도 길었던 조양 부모의 교외체험학습 신청을 ‘이상 징후’로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3일 이상 무단결석 아동은 학교 측이 해당 가정을 방문하고 소재파악이 되지 않으면 수사를 의뢰하도록 한 매뉴얼이 있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번 조양 실종사건처럼 부모가 장기간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자녀와 함께 종적을 감춰버리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의 권고안이 받아들여 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권익위는 지난 2019년 7월 학교장이 허가하는 체험학습 신청과 보고서 제출 기간이 저마다 달라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효율화(표준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으나 3년이 되도록 일선 학교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권익위 권고안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시·도 교육청별로 표준화된 서식을 마련하고 필요할 때는 반일(4시간)도 운영하도록 개선하자는 내용이었으나 광주시교육청과 일선 학교는 지금까지 강 건너 불 보듯 운영개선 방안을 세우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학교는 현재 학교장 재량에 따라 출석 인정일수, 불허 기간 지정, 인정 활동 유형, 신청 절차 등 세부규칙을 천차만별로 규정해 운영 중이다.

광주시교육청은 28일 유치원과 초중고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체험학습 운영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뒤늦게 착수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여 교외체험학습 규칙을 표준화하고 사후 학생 관리규정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며 “체험학습 내용과 현황을 도중에 직접 파악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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