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내 딸, 성추행범에 감형이라니” 유족들 오열

Է:2022-06-14 14:07
:2022-06-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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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람 중사 성추행 공군 중사
1심 징역 9년→항소심 7년 감형
보복협박 부문 유죄 인정 안돼

지난해 10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추모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장, 이럴 순 없어… 이래선 안 되는 거야!”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재판정에선 유족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이날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군 장모 중사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하면서다.

장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이 중사를 차 안에서 20여분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 중사가 부대에 도착한 뒤 선임 부사관에게 피해 사실을 신고하자 2㎞ 떨어진 여군 숙소까지 쫓아와 “없었던 일로 해달라”,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 등의 발언을 내뱉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신고 의사를 밝힌 이 중사에게 “용서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특가법상 보복 협박 혐의도 받았다. 군 검찰은 이 모든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보복 협박 혐의는 재판 내내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보낸 자살 암시 문자메시지가 ‘사과 행동’이었다는 장 중사 측 주장을 인정, 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에 군검찰과 장 중사 측 모두 항소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보복협박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2심 재판부에 수차례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보복협박 혐의에 대해 “신고하면 해악을 가한다거나 앞으로 군 생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언급이 없는 이상 이 중사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에 더해 형량과 관련해서도 “피고인 자신이 범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게 하는 형벌 기능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보인다”라며 2년을 감형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이라고만 볼 순 없다”고 부연했다.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주요 이유가 장 중사의 직접적 가해보다는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 때문이라는 것이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모처의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을 찾은 이 중사 아버지 등 유족 모습. 연합뉴스

항소심 재판부의 이 같은 결론에 이 중사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부친 이주완씨는 선고가 내려진 후 고성을 지르며 재판장석으로 달려가다 군사경찰에게 제지당하자 윗옷을 벗어 던지며 “뭔 소리야! 이래선 안 되는 거야, 재판장!”이라고 절규했다.

그는 재판정을 나와서도 “군사법원에서 이런 꼴을 당할지는 몰랐다. 최후의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고 외치며 기물을 집어 던지는 등 울분을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 아들 딸들이 군사법원에 의해서 죽어갔던 거다”며 “군사법원을 없애고 민간법원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중사 모친은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실려 나갔다.

유족 측의 강석민 변호사는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며 군사법원을 성토했다. 강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을 판단하지 않고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할 것이므로 양형을 이렇게(감형) 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며 “보복 협박이 인정되면 파기환송이 서울고법으로 갈 건데 법리적 문제가 쉽지 않아 유족이 엄청난 난관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군검찰이 2심에 불복해 다시 항고하면 상고심은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열리게 된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저녁 자리에서 선임인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다가 동료·상관의 회유·압박 등에 시달린 끝에 그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스물세 살의 나이였다.

이후 공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 국방부 검찰단 재수사, 군 특임검사 수사를 통해 총 15명이 군사법원 재판에 넘겨졌다. 지휘부는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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