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씨와 은혜씨, 30년간의 ‘우리들의 블루스’ [인터뷰]

Է:2022-06-06 11:17
:2023-07-30 10:08
ϱ
ũ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주인공이자, 드라마 '우리들의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영희 역을 연기한 발달장애인 그림작가 정은혜씨와 어머니 장차현실씨가 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2013년 2월 23일이었어요. 은혜가 그림을 처음 그린 게, 그러니까 24살 때에요. 그 그림을 제가 한참 봤어요. 은혜를 한번 쳐다보고, 그림을 한번 보고. ‘진짜’ ‘네가’ ‘이게?’ 머리끝에서부터 전율이 왔어요. 일주일 정도는 돌 맞은 느낌이었어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화제가 된 다운증후군 배우이자 캐리커처 작가인 정은혜(32)씨의 어머니 장차현실(58)씨는 딸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 기억은 부끄러움에 가까웠다. “사실 나 정도면 장애가 있는 딸을 편견 없이 잘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자부했는데, 결국 나도 은혜를 장애인으로만 봤던 거에요. 내가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은혜가 스무 살이 넘도록 그림을 잘 그릴 거라는 기대도 생각도 하지 못했다니, 충격이었죠. 나도 다른 부모와 다를 거 하나 없이 장애라는 한계 안에서 내 아이를 보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 아이만의 재능을 찾으려 하지 않았던 거구나 싶었어요. 은혜의 그림은 은혜는 물론 나도 깨어나게 한 거죠.”

‘부끄럽다’는 현실씨 말과 달리 그가 살아온 삶은 ‘슈퍼 엄마’ 그 자체다. 장애가 있는 딸의 분신과도 같은 어머니, 동양화가이면서 ‘똘이네집’ 등 만화를 그린 만화가, 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장으로 발달장애 가정에 필요한 일들을 알리고, 한 발 한 발 변화를 끌어내며 달려온 사회운동가까지. 현실씨를 가리키는 여러 수식어 어느 것 하나 그냥 이뤄진 것은 없었다.

수없이 울고 좌절했지만, 끝내 딸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에 함께 선 그를 지난 3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림은 은혜를 살린, 사회와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발달장애인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씨의 어머니이자 만화가인 장차현실씨가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현실씨가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 은혜씨를 키우면서 꿈꿔왔던 건 하나다. 은혜씨가 자신의 힘으로, 그리고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것. 은혜씨의 그림 그리는 재능을 발견한 것은 그 꿈으로 한 발짝 크게 다가간 순간이었다.

사실 은혜씨가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 모녀는 인생의 가장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성년이 되면서 갈 시설이 없어진 은혜씨가 종일 집에서 자기 방에만 틀어박혔기 때문이었다.

현실씨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가 커요. 그런데 집에만 있게 되니 엄청난 퇴행이 오기 시작했어요. 사회 활동을 멈추니까 (스트레스가) 몸으로 나오는 거예요. 시선강박이 생기고 조현병이 생기고. 무너지는 은혜를 보면서 나도 모든 걸 내려놓게 됐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은혜씨를 살리려고 현실씨는 화실로 불러냈고, 그때 그림을 만났다. 현실씨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림을 매개로 은혜씨를 사회로 나오게 할 방법을 찾았다. 그는 “은혜가 자신 있어 하는 그림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오른 게 캐리커처에요. 사람을 만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정말 놀랍게도 무너졌던 은혜가 달라졌어요. 낫기 어렵다는 조현병까지 나아졌죠”라고 설명했다.

2020년 양평 에코 힐링센터 개관전에 은혜씨가 그린 캐리커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장차현실씨 제공

플리마켓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온 은혜씨는 2019년, 2000명에 달하는 사람을 그려 전시회까지 열었다. 지금까지 그가 그린 사람은 4000명에 달한다. 현실씨 말대로 은혜씨의 그림은 단순히 사람 얼굴을 묘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자체가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이 됐다. 이번에 출연해 화제가 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혜가 촬영하면서 제작진 50여명의 얼굴을 모두 그려서 촬영 마지막 날 각자에게 선물했어요. 감독님부터 분장실 스텝까지, 얼굴을 다 사진으로 찍어서 촬영이 있건 없건 이동할 때나 숙소에서나 계속 그림을 그린 거예요.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현실씨는 “은혜가 말을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전하기엔) 충분치 않잖아요. (그림 선물은) 은혜 방식대로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한 거예요. 그림으로 정말 많은 것을 전달하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잊겠어요. 제작진이 그림 받고 다 울었죠”라고 전했다.

현실씨는 연기도 그림과 마찬가지로 은혜씨를 사회와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스스로 설 수 있게 해주는 다리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도중 근처에서 일정을 마치고 합류한 은혜씨는 드라마에서 만난 배우들과 제작진들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뻐했다. 그림을 그려 선물했던 이야기, 기억에 남는 장면, 한지민·김우빈 두 배우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뿌듯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주인공이자, 드라마 '우리들의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영희 역을 연기한 발달장애인 그림작가 정은혜씨와 어머니 장차현실씨가 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연기를 통해 한층 더 넓고 깊은 인간관계와 사회를 경험했다는 현실씨의 말이 이해됐다. 그래서일까. ‘앞으로 무엇을 가장 그리고 싶으냐’는 질문에 은혜씨는 “사람이 포옹하는 거(모습)”라고 말했다.

“은혜와 나만의 동굴에서 나오니, 행복을 향해 살아지더라”
은혜씨의 돌 무렵 후배의 도움을 받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장차현실씨 페이스북.

은혜씨를 낳았을 때 현실씨 나이는 스물여섯이었다. 자기 문제로도 벅찬 20대에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아 생계까지 꾸리며 살아내는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저도 외롭고 좌절하고 울고, 또 다음날 멀쩡히 다녔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울고. 이런 과정을 수도 없이 거쳤죠”라면서 “(그래도) 그땐 좀 힘이 셌던 거 같아요”라며 웃었다. 갓난아기였던 은혜씨를 몸 앞에 달고, 핸드백에 기저귀 가방에, 자신이 그린 그림까지 들고 전철 타고 충무로를 누비며 업체를 다녔다고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 쓰러질 것 같아 ‘냉방차’라고 쓰인 좌석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무작정 올라탔다.

“나도 애도 둘 다 기절해서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태릉이더라고요. 그런데 한숨 자고 나니 기운이 나더라고요. 젊었던 거죠.”

젊은 만큼 특수한 상황이 더하는 외로움은 크고 무거웠다. 당시의 절박함은 지금도 현실씨 페이스북 대문에 걸린 그 시절 모녀 사진에 담겨 있다. 사진 속 현실씨는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는 행복한 모습이지만, 그는 당시 자신이 ‘폐허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혜가 돌쯤이었을 거에요. 사진 보면 백일쯤 된 아기 같지만, (은혜가) 발달이 느려서 그때 작았어요”라며 “사진 잘 찍는 후배한테 부탁해서 우리 둘이 굉장히 행복한 것 같은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저렇게 찍은 사진을 크게 프린트해서 벽에 걸어놓고 그걸 보면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어’를 계속해서 되뇌고 되뇌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사진 속에서라도 “하나도 불행하지 않은 모녀처럼 아주 아름답고 행복한 아기와 엄마”로 남고 싶던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힘을 내면서 조금씩 용기가 생겼다. 그는 “그러고 나니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가 진짜 행복해지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졌어요”라며 “은혜를 낳고 나락으로 떨어진 삶처럼 동굴에 갇혀 있던 제가 은혜와 행복한 삶을 위해 살아가기로 각오하고 우리에게만 집중하면서 살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현실씨가 지금의 남편 서동일 감독과 결혼하고, 둘째가 태어난 건 지금의 그가 될 수 있게 한 버팀목이었다. 16년 넘는 시간 동안 연재한 만화의 제목이 ‘은혜의집’이 아닌 둘째의 태명을 딴 ‘또리네집’인 이유기도 하다. 그는 “은혜의 상태가 안 좋아졌던 시절, 날 붙잡아준 존재가 둘째였어요. 둘째가 태어나면서 발달 장애인만의 처지가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사는 형제들, 장애인 가족의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됐죠”라고 했다.

그는 오랜 시간 만화를 연재하면서 나름의 방법으로 삶을 지탱해왔다. “한 달에 30만원 연재료가 생활비로 얼마나 보탬이 됐겠어요. 그보다는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가족, 나의 에피소드를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기서 재밌는 장면이 나올 때는요, 내가 굉장히 슬플 때였어요. 그 한 달의 삶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그린 거죠.”
2018년 4월 청와대 효자파출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외쳤다. 이때 삭발에 나선 어머니 장차현실씨를 딸 은혜씨가 그린 그림. 장차현실씨 제공

“은혜 키운 30년, 국가가 스스로 바뀐 건 하나도 없어요”
장애 자녀를 키우면서 자기의 일도 오롯이 지켜낸 듯 보이는 그이지만, 작가 장차현실과 정은혜의 엄마 둘 중 어느 것이 더 자신에 가까운 것 같냐는 질문엔 “떼어 놓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을 들려줬다.

혹시 딸을 원망한 순간은 없었을까. 현실씨는 “원망은… 미안해서 할 수가 없죠”라고 말하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내가 이렇게 속상한데 은혜는 얼마나 더 힘들까를 생각하면 은혜를 원망할 수 없다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은혜씨의 조현병 증상이 심해졌을 당시 딸의 방문을 열었다가 본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문을 여니까 은혜의 눈빛이 다른 세상에 가 있는 거예요. 그 모습에 저도 주저앉아 울면서 나를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은혜도 이유가 있어서 이 세상에 존재할 텐데 저런 모습으로 쭉 살아야 한다는 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그때 (내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걸 포기했어요.”

자녀가 성인이 돼도 내 삶을 전부 쏟아부어야 하는 것. 그건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대부분 부모의 길이기도 했다. 현실씨가 다를 수 있었던 건, 모든 걸 내려놓은 그때 은혜씨의 변화를 경험한 것이었다.

현실씨는 너무 특별해 누군가에게는 불가능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은혜씨의 삶이 다른 발달장애 가정에 하나의 ‘가능성’이 되길 바랐다. 이를 나누는 데 필요한 건 ‘연대’였다. 그가 부모운동을 시작한 이유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일하기 어려워요. 나도 버틴다고 했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르면서 (내 삶은) 포기한 거죠. 그런데 은혜와 나만의 동굴에서 나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능성을 찾은 거잖아요. 그 경험을 다른 발달장애인과도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부모 운동을 하게 됐어요. 나오시라고, 함께하자고 그래야 산다고 얘기하지요.”

장차현실씨와 정은혜씨가 2019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시위에 나선 모습. 장차현실씨 페이스북 캡처

다만 변화는 장애 당사자와 부모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현실씨는 부모운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 문제를 당사자와 가족에게 떠맡기고 있는지 깨닫게 됐다.

현실씨는 “너무 버젓이 국가가 ‘이건 당신들의 불행’이라고 규정하고 있었죠. 발달장애인 케어 책임은 가족에게 있다는 부양의무제가 법으로 있었으니깐요. 나도 그냥 열심히 내가 돌봐야지 했죠. 그런데 은혜가 스무 살이 넘어 청년이 되고, 직업도 없고 갈 곳까지 없어졌는데 국가에서 딱 4만원을 주더군요. 그 돈을 받아든 순간 ‘국가는 발달장애인은 이 세상에 살지 말라고 하는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재검을 신청했는데, 그 등급을 올리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못났고, 허름한지 증명해야 했어요”라고 전했다. 그제야 지원금이 27만원으로 올랐다.

은혜씨와 동행해온 시간이 30년이 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현실씨는 “국가가 스스로 바뀐 건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여전히 발달장애인이 있는 가정은 부모부터 형제까지 가족 모두가 장애아이의 삶을 함께 살아야 한다. 최근에도 발달장애와 돌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정에서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싸움에 나선 부모들의 요구에 겨우 생긴 변화라곤 해도, 2006년 발달장애인의 교육권이 인정되면서 ‘특수교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학교에서 배척되는 일은 사라졌다. 활동 보조인 지원제도와 주간 활동 청년들을 위한 데이케어서비스 등도 커다란 변화다.

현실씨는 “발달장애인의 주간 활동 지원 서비스를 끌어낸 뒤 어떤 분이 ‘내 아이만 살리신 게 아니다. 나도, 삼촌도, 할머니도 ,누나도 살렸다’면서 (나더러) 의인이라고 하더라”면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의 삶에 있어 장애인 한 명의 삶이 달라지는 게 그만큼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부모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죽음을 강요당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추모제를 열고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장 올해는 장애인 직업 공간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다. 그는 “그냥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국가 예산 사업을 따내서 하는 일인데, 공간을 주지 않아 자비를 들여 세를 얻고 있어요. 발달장애인이 일을 해 돈을 벌고, 공동체를 이뤄 사회생활을 하게 하고, 이곳에 나옴으로써 그 가족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공간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거예요”라며 “지원을 위해 지자체와 엄청나게 싸워볼 생각이에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도 부모들이 사회로 나와 싸우면서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분위기가 생겼어요”라며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너무 놀랍고 기적 같아 불안할 정도”라고 했다.

은혜씨(사진 가운데)가 출연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tvN 페이스북 캡처

그는 “은혜는 자신을 괴물로 바라보는 외부 시선 때문에 조현병이 생겼는데, (드라마 이후에) 사람들이 다들 ‘미쳤나’ 싶을 정도로 사랑해줘서 아이러니해요”라면서 “드라마가 우리 사회가 고정관념 때문에 보지 못했던 장애인의 삶을 보여줬는데, 은혜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존재로 소개해줬어요. 너무 놀랍고 감사해요”라고 전했다.

“엄마를 뺀 은혜만 담은 영화 ‘니얼굴’…그러니 딸이 온전히 보였어요”

은혜씨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포스터.

그런 면에서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니얼굴’은 더욱 특별하다. 은혜씨가 캐리커처를 그리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은혜씨의 아버지 서 감독이 찍었다. 서 감독은 3년 가까이 찍어둔 촬영본을 편집하면서 은혜씨에게 최대한 초점을 맞췄다.

현실씨는 “촬영본을 4시간으로 줄여놓고 봤는데 반은 은혜고, 반은 저더라고요. 제가 늘 옆에 있었던 거죠. 그런데 남편이 나를 좀 빼보면 어떻겠냐는 거에요. 기분이 나빴지만(웃음) 괜찮은 아이디어더라고요. 그래서 두 시간 정도로 축약해서 보는데 너무 좋았어요. 은혜가 다르게 보였죠”라고 전했다.

그는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은혜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엄마한테 존재감이 눌려 있는 느낌이었는데, 엄마를 빼버리니까 이 사람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아, 이게 바로 발달장애인들의 자기 결정의 문제, 자기 삶을 주도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구나 싶었어요”라고 부연했다.

발달장애인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씨의 어머니 장차현실씨가 3일 지난 30년간 딸과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해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권현구 기자

현실씨는 “영화를 통해 발달장애가 있는 은혜가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이고,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으면 해요”라고 소망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현실씨에게 어린 은혜씨를 안고 그림을 그리러 충무로를 다니던 20대의 자신처럼,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토록 애쓰고 있을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오늘 여러 번 운다”며 숨을 고르더니, 이내 가만가만 힘주어 말했다.

“너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고 싶네요. 괜찮다고, 조금 느슨해도 된다고. 아이에 대해서도 당신에 대해서도.”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서민철 이찬규 인턴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