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한국전쟁을 전후해 제주를 피로 물들인 제주 4·3과 정권을 찬탈한 군부에 맞선 광주 5·18은 한국 현대사의 양대 비극으로 꼽힌다. 미군정 폭정과 총칼을 앞세운 군사정권에 맞서 항쟁을 벌인 두 지역이 영화를 통해 교감한다.
1947년에서 1954년까지 이어진 제주 4·3 항쟁을 다룬 영화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광주시민들과 직접 만난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4일과 5일 이틀동안 ACC와 광주 독립영화관에서 ‘제주 4·3과 만난 광주 5·18‘을 주제로 한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4·3과 친구들 영화제 in 광주’를 타이틀로 한 영화제는 1980년 5·18 당시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마지막 항쟁에 나선 옛 전남도청 부지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5·18의 상흔이 남은 옛 전남도청은 대부분 건물이 허물어지고 2015년 11월 아시아 최대 복합문화시설 ACC가 그 자리에 개원했다.
영화제는 지난 4월부터 제주 4·3국민위원회가 ACC에서 개최 중인 4·3전시회 ‘동백이 피엄수다’와 더불어 총 6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4일 오후 ACC 극장3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이는 소준문 감독의 ‘빛나는 순간’은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초청작이다.
해녀의 모진 인생사를 다큐로 제작하기 위해 방송국 제작진이 제주를 찾는 과정에서 천혜의 아름다운 섬에 깃든 과거의 아픔이 재조명된다.
70대 제주 해녀와 30대 서울 방송국 PD를 중심으로 제주도의 다양한 풍광 속에 가려진 4·3항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영화배우 고두심과 지현우가 해녀와 PD역할을 각각 맡았다.
같은날 상영되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임흥순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 4·3 항쟁,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굴곡진 삶을 이어간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 할머니의 인생 여정이 담겼다.
나머지 4편의 영화는 광주 독립영화관에서 5일 관객과 만난다. 최진영 감독 작품 ‘뼈’는 일본에서 온 하루코 할머니와 동희의 회상을 통해 4·3항쟁이 한창이던 1949년의 기억을 생생히 전달한다.
김일형 감독의 ‘전조등’ 강희진 감독의 ‘메이·제주·데이’ 단편영화 역시 잔잔한 영상미와 더불어 4·3항쟁을 다각도로 소환한다.
같은날 폐막작으로 상영되는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수상작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재일조선인 2세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에 이은 ‘가족 다큐 3부작’ 완결편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일본에 남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로 현대사의 비극 4·3을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어머니가 어느날 딸에게 어린 나이에 4·3을 겪었던 자신의 고통스런 과거를 들려주고 아무에게도 발설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하면서 줄거리를 전개한다. 영화 상영 직후 제주 출신 부모를 둔 양 감독은 관객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눈다.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통해 광주 5·18과 제주4·3항쟁의 교차점을 찾고 인권과 평화에 대해 공감하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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