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와 전남도가 소모적 출산 지원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주소지를 옮겨 출산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명 ‘먹튀 출산’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남도는 내년부터 출산 가정에 5년간 300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 출산지원 정책을 도입한다고 25일 밝혔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일선 시·군의 출산 장려를 위해 장기적 양육비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 이 같은 출산지원 정책은 광주시가 지난해 출생아 지원금을 대폭 늘리면서 인근 시·군 출생아가 현격히 줄어든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실제 광주와 행정구역이 맞닿은 나주 담양 화순 함평 영광 장성 등 6곳의 2021년 출생아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1.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와 비교적 거리가 먼 여수와 목포 등 다른 지자체 16곳의 9.8%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광주 인접 지자체의 출생아 감소는 광주시가 ‘아이 낳기 좋은 도시’를 표방하고 지난해부터 2년간 최대 1740만원의 출생·육아 수당을 지급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광주시는 3개월 이상 주소지를 광주에 둔 부부가 아이를 낳을 경우 출생 축하금 100만원을 시작으로 육아수당 등을 24개월 동안 지급하는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다.
이후 출산을 앞둔 광주 인근 지자체 신혼부부 등이 주민등록 주소지를 광주 친척 집 등으로 옮겨 출산하는 일종의 ‘원정 출산’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승용차로 30분 이내 거리로 매우 가까워 우편물 확인 등의 불편만 감수하면 얼마든지 ‘먹튀 출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금성 출산지원 정책이 강화된 광주의 2021년 출생아는 8000명 수준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종시 132명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출생아가 전년에 비해 증가한 유일한 광역단체로 꼽혀 부러움을 샀다.
이에 비해 전남지역 2021년 출생아는 8400명으로 2020년 9738명보다 1338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감소율 1위로 사실상 한뿌리인 광주시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22개 지자체 중에서 광주 인근 시·군의 감소추세가 두드러졌다.
결국 출산지원금을 받기 위해 광주 인근 시·군 부부들이 주민등록지를 광주로 옮겨 출산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남도가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단순히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한 출생아를 늘리기 위해 무차별적 현금성 출산지원에 나서면서 주민등록 위장 전입과 함께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위법 행위를 조장하면서 소모적 경쟁을 반복하는 ‘제로섬 게임’은 전혀 의미가 없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등 근본적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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