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인 인디언 아동을 150년 간 강제수용했던 기숙학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사 결과 53개 매장지가 발견되고 500여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원주민 출신인 뎁 할랜드 미 내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착수한 정부 차원의 첫 원주민 기숙학교 실상 조사의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기숙학교는 미 정부가 150년에 걸쳐 ‘동화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만 명의 원주민 어린이를 가족에게서 떨어뜨려 강제 수용한 곳이다. 미국은 1819년 시행된 원주민 관련 법을 계기로 전역에 인디언 기숙학교를 설립했다. 경찰은 부모에게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도록 강요했고 불응할 경우 식량을 주지 않는 식으로 통제했다.
할랜드 장관은 “원주민의 정체성과 언어, 문화를 없애기 위한 연방 정책이 드러나고 있다. 과거 말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꾸준히 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활동가와 연구자들은 1819∼1969년 운영된 497개 기숙학교에 대한 조사 결과 지금까지 학교에서 수용 중에 숨진 것으로 파악된 어린이가 500명이 넘었다. 다수의 어린이가 학대당했고, 이후 수만 명이 소식을 듣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학교에서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미국 정부 측은 더 많은 사망 사례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 차원에서 기숙학교 문제에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1801년 첫 기숙학교가 문을 열 때 원주민 문제는 육군성 관할이었고, 1849년 민간으로 해당 업무가 이양된 뒤에도 군이 계속 개입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학교는 군사학교와 유사한 체제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는 사건의 실체에 비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중간 보고서 성격으로 잘 기록된 과거 만행의 일부만을 펴봤을 뿐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검토하지 못한 과거 서류가 쌓여있다.
내무부가 지금까지 미국 인디언 기록보관소에서 발견한 기숙학교 관련 서류 중 조사가 필요한 분량이 9800만장이 넘는다. 국립 문서관리기록청(NARA)의 지역 지부별로 보관 중인 1000만장이 넘는 서류들도 검토돼야 한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이들 학교 재학생 및 사망자, 실종자 등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캐나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원주민 아동 살해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원주민 기숙학교 터 3곳에서 1200구 이상의 원주민 아동 유해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캐나다 정부는 ‘진실 및 화해 위원회’를 구성해 이들 학교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였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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