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8년 미얀마 카렌침례교회 선교사들이 태국에 실로암신학원(SBI·Siloam Bible Institute)을 설립했습니다. 몇 해 지나지 않아 몇 가지 문제가 생기면서 65년 치앙마이로 학교를 이전했습니다. 첫 출발부터 미얀마 카렌침례교회와 미국 침례교 선교부는 부지 구매 비용 등을 지원했습니다.
오랜 세월 목사 후보생을 배출해온 신학원은 지금도 50명이 넘는 학생이 재학 중이고 12명의 현지인 교직원과 4명의 선교사가 교수로 활동하는 신학교육 기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학교의 형편은 매우 열악하다고 합니다. 10여명 직원 인건비를 비롯해 학교 운영비가 연간 1억1000만원에 달합니다.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SBI는 아직 자립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선교사들의 후원을 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죠.
지난 6일 신학원 운영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99년부터 교수 사역을 하는 오영철 GMS 선교사도 참석했습니다. 오 선교사는 운영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하죠.
오 선교사는 회의에서 “운영위원님들의 중요한 책임은 모금입니다”라 말했다고 합니다.
신학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중책이 운영위원들에게 맡겨졌다는 의미였습니다. 여전히 선교사들의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안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오 선교사는 미얀마 카렌침례교회 신학교의 상황도 소개했습니다. 태국보다 여러 여건이 좋지 않고 최근에는 내전까지 벌어진 미얀마이지만 카렌침례교회 산하 신학교는 기본적으로 모두 자립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선교지 교회와 신학교는 결국 자립해야 합니다. 선교사들의 지원만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건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선교사는 선교지의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해당 국가의 교회를 이끄는 건 현지인들이어야죠. 현지인 지도력을 기른 뒤 이들이 자립하면 바로 떠나는 게 선교사들의 마땅한 자세입니다.
SBI가 아직도 자립하지 못한 건 이 부분에 어려움이 있어서입니다. 55년 태국 카렌침례교회가 조직됐을 때 총회는 물론이고 산하 기관 운영비 전부를 미국침례교회가 지원했습니다. 그사이 교회들의 나름의 자생력을 키웠지만, 총회 운영은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고 합니다. 신학원도 마찬가지죠. 이 과정에서 태국 카렌침례교회는 자립을 시도하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겁니다.
오 선교사가 이런 제안을 한 건 이제라도 자립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지인 운영위원들도 이 말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치앙마이 지방회’가 파송한 한 운영위원은 “학교 교직원 사택 건축을 위해 외부에 요청하기 전 우리가 먼저 헌신하자.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하죠.
이런 의문도 듭니다. 선교지 교회의 자립이 꼭 필요한 일일까요?
오 선교사는 이에 대해 ‘선교사=손님’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습니다. 손님의 역할만 감당한 뒤 주인인 현지 교회와 교인들이 스스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자립한 교회가 태국보다 더욱 열악한 미얀마 카렌침례교회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선교지 교회라도 자립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교회는 이미 오래전 자립한 뒤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세계 여러 선교지에서는 ‘한국 선교사는 돈이 많다’는 평판이 있습니다. 모든 걸 돈으로 처리하려는 잘못된 습성을 꼬집는 말이죠.
손님으로서 주인이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안, 선교 2세기를 준비하는 한국교회가 꼭 기억해야 할 대목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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